'SM5(라구나)를 신형으로 개조하는 과정입니다'
페이스리프트란 자동차의 외관을 새롭게 하는 작업을 말하며 보통 앞부분과 뒷부분을 새롭게 디자인함으로써 간단하게 변화를 줍니다. 흔히 '페리'라고 많이 부르며 F/L로 간단하게 표기하기도 합니다.
페이스리프트의 명과 암은 분명합니다. 빠른 페이스리프트는 신속한 트렌드 반영을 해줘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지만 기존 차를 구형으로 만들어 버려 신차효과가 짧아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페이스리프트는 더 많은 옵션의 추가, 디자인의 향상 등 많은 장점이 있기 때문에 구형차주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페이스리프트는 보통 자동차의 앞과 뒷부분을 변경하기 때문에 때로는 내 차를 직접 페이스리프트 버전으로 개조하기도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예전 잘 타던 SM5(라구나, 초기모델)의 기변병이 올 때쯤 페이스리프트 된 버전이 너무 마음에 들어 부품을 구해가며 주도적으로 개조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오늘은 SM5차량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페이스리프트 버전으로의 개조 과정을 리뷰해 보겠습니다.
1. 프랑스산 세단 SM5(L43)
(1) 마지막 3세대 SM5
(2) 페이스리프트
2. 페이스리프트 개조
(1) 플래티넘? 노바?
(2) 필요부품 구하기
(3) 업체의뢰 및 구조변경
1. 프랑스산 세단 SM5(L43)
(1) 마지막 3세대 SM5
SM5는 총 3세대로 나누어집니다.
우리가 흔히 삼성차라고 알고 있는 '명차' SM5는 1세대입니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생산됐으며 2000년 르노에 인수되기 전까지 실제로 '삼성에서 만든 자동차'였습니다. 당시 닛산의 2세대 세피로를 기반으로 부품마저 일본에서 수입해 조립한 덕에 잔고장 없는 차로 유명했었습니다.
2세대 SM5는 2005년 출시되었으며 닛산 세피로의 후속인 티아나를 기반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카드타입 스마트키, 중형차 중 제일 긴 휠베이스 등으로 NF쏘나타를 거의 잡을뻔하며 돌풍을 일으키기도 하였습니다. 사실상 SM5의 마지막 리즈였던 시절입니다.
마지막으로 3세대 SM5(L43)가 2010년에 출시됩니다. 이번에는 닛산이 아닌 르노의 라구나를 베이스로 디자인되었습니다. 3세대 SM5도 장점은 명확했습니다. 스펙상으로는 엔진 출력과 연비가 떨어졌지만 실제 주행을 해보면 동급 대비 우월한 정숙성과 핸들링은 타본 사람들만 아는 SM5의 장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죠스바'로 불린 애매한 디자인, '심장병'이란 말처럼 떨어지는 출력과 토크는 동시대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의) YF쏘나타와 (전설의) K5 1세대와 경쟁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약 2010년에 새 차를 출고해서 2020년에 기변 하며 판매를 했었는데 주위의 우려와는 다르게 큰 고장 없이 오일류만 갈며 탔던 기억이 있습니다.
좋은 차입니다.
(2) 페이스리프트
3세대 SM5는 총 3번의 페이스리프트가 있었습니다. 초기형인 라구나의 뒤를 이어 '뉴 SM5 플래티넘'이라는 이름과 함께 2012년 11월에 출시되었습니다. 드디어 '죠스바'의 오명에서 벗어나 중형차에 더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되며 판매량은 늘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다운사이징바람과 함께 1.7L 가솔린 터보엔진과 1.5L 디젤엔진을 발표하며 소비자들에게 넓은 선택권을 주며 반응은 더 뜨거웠습니다.
마지막 페이스리프트는 2015년 1월에 출시되었으며 'SM5 노바'라는 이름과 함께 등장하였습니다.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SM7과 비슷하게 바뀌었으며 이 버전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LPG모델의 원형 가스통(도넛형)이었습니다. 기존 LPG탱크를 원형으로 바꾸어 스페어타이어자리에 이식하며 트렁크 공간확보를 하였습니다.
이 페이스리프트를 마지막으로 SM5는 완전히 단종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2. 페이스리프트 개조
(1) 플래티넘? 노바?
당시 제가 타던 SM5는 동급의 LPG모델과는 다르게 파노라마 선루프, AUTO홀드, 메모리 시트 등이 있던 풀옵션이었기 때문에 기변대신 제가 택한 건 바로 초창기형의 라구나를 플래티넘 혹은 노바로 개조하는 거였습니다.
이미 노바까지 페이스리프트가 출시됐던 시점이기 때문에 두 가지의 선택권이 있었지만 저의 선택은 '플래티넘'이었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단순합니다. 제 눈에는 조금 더 완성된 디자인이었고 당시 플래티넘에서 노바로 개조(페이스리프트) 하시는 분들이 은근히 있어서 중고부품수급이 원활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제 예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고 개조 후 플래티넘 디자인의 만족도도 상당히 컸습니다.
(2) 필요부품 구하기
이미 출고된 지 6년이 넘은 차라서 새 부품은 고려하지 않고 중고부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SM5라구나에서 플래티넘으로 페이스리프트되면서 바뀐 부분은 크게 6가지입니다. 전조등, 앞범퍼, 전면그릴, 본넷, 18인치 휠(타이어), 리어등(후미등, 브레이크등)입니다.
우선 전조등과 후미등, 휠타이어는 구하기가 꽤 수월합니다. 당근마켓 등의 중고거래 플랫폼을 보셔도 되고 직접 장안동에서 발품 파셔도 됩니다. 예상대로 쉽게 구했습니다. A급의 중고품이다 보니 새 상품대비 약 60%의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했습니다.
이제 남은 건 앞범퍼와 본넷, 전면그릴이었습니다. 범퍼와 본넷은 중고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구했다 하더라도 색상이 맞지 않아 도색작업이 별도로 들어가야 해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라 이 단계에서의 진행은 쉽게 되지 않았습니다.
범퍼 등에서 잠시 홀딩이 걸렸을 때쯤 기가 막힌 사이트를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중고범퍼를 전문으로 판매하고 탈착까지 해주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운명과도 같이 SM5 앞범퍼 일체와 전면그릴까지 중고품으로 판매를 하고 있었고 심지어 색상도 같아서 도색이 별도로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 범퍼는 플래티넘을 타던 누군가가 저와 같이 노바로 개조하며 남기고 간 중고품이었습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습니다. (본넷은 끝내 새 상품을 구매하였습니다.)
이제 이 업체에 맡겨서 한 번에 장착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3) 업체의뢰 및 구조변경
이제 모든 부품들이 모아졌습니다. 별도로 구한 전조등과 후미등도 한 번에 이 업체에서 개조할 예정입니다. 한 곳에 놓고 보니 꽤 많은 부품들이 진열됩니다.
열심히 전면과 후면을 뜯고 새롭게 장착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전선작업도 별도로 진행해 줍니다. 중간중간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다가도 달라질 차를 기대하며 꼭 5년 이상 더 탈거라는 다짐을 해봅니다.
작업시간은 약 1시간 이상 걸렸고 유일하게 새 상품으로 주문했던 본넷도 도색이 잘 되어 중간에 배달이 옵니다. (라구나와 플래티넘은 본넷의 디자인도 다릅니다)
드디어 완성되었습니다. 본넷까지 디테일하게 모두 교체했으므로 완벽하게 플래티넘으로 페이스리프트가 되었습니다. 실제 페이스리프트된 플래티넘과 99% 일치합니다.
이제 마지막 절차만 남았습니다. 바로 구조변경입니다.
등화류를 변경했기 때문에 구조변경을 해야 합니다. 당시 작업을 진행해 준 공업사에서 알아서 진행해 주었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개조한 등화류가 SM5의 순정품을 그대로 장착한 거라 별도의 구조변경을 할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
만일 다시 비슷한 작업을 한다면 한 번쯤은 생각해 보고 진행할 것 같습니다.
마치며...
조금은 무모하기도 했던 페이스리프트 개조 후 무려 4년 정도를 잘 타고나서 기변을 했으니 꽤 성공적인 작업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아직 폐차 혹은 수출되지 않았다면 이차도 어느덧 출고된 지 14년째를 맞이하고 있네요. 세월 참 빠릅니다. 어딘가에서 2010년식인데 플래티넘의 완벽한 외관을 하고 있다면 아마도 저 차일 겁니다.
매각 시 개조작업 특성상 기존 파츠를 떼어내고 새로운 파츠를 장착한 것에 대한 '사고차 판정'은 없었습니다. 제 차를 구입해 간 딜러에게 플래티넘으로의 개조유무를 고지했지만 별도의 사고차로 판명하지 않고 시세대로 구입을 해갔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내차가 지루해졌다면 저와 같이 신형으로의 개조를 통해서 소중한 내차를 조금 더 오래 타보시기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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