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맥주를 고르는 방법입니다'
한파가 오며 기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뜨거웠던 여름이 어느새 지나가고 추운 겨울이 왔네요. 기온이 떨어져도 여전히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나면 맥주 한 캔이 생각납니다. 마치 이 추위에도 당당히 아이스 아메리카를 먹는 '얼죽아'들처럼 말이죠.
때때로 맥주는 참 신기한 술 같습니다. 같은 브랜드여도 장소에 따라, 시간에 따라, 누구와 먹냐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수제맥주집에서 기대하고 마셨던 생맥주는 병맥주만 못할 때도 있었고, 기대감 없이 아무거나 고른 편의점의 캔맥주는 때로 공장에서 갓 나온 생맥주보다 맛있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맥주맛을 좌우하는 건 도대체 뭘까요? 가볍게 맥주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국산맥주의 게임체인져
(1) 본격적인 수입맥주의 등장
(2) 국산맥주의 반격
2. 생각의 전환점
(1) 맥주공장 견학
(2) 국산맥주에 대한 생각의 전환
3. 맥주맛을 결정짓는 포인트
(1) 유통기한이 아닌 제조일자가 정답
(2) 온도가 결정한다
1. 국산맥주의 게임체인져
(1) 본격적인 수입맥주의 등장
지금은 국산 맥주의 종류도 많아지고 연달아 개정된 주류세법에 의해 수제맥주 공장도 많아지는 등 국산 맥주 선택의 폭이 많이 넓어졌습니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국산 맥주는 '소맥용', '물탄맛' 등 맛으로 먹는 게 아닌 폭탄주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국산맥주가 폭탄주 용도로 대부분 사용될 때쯤 수입맥주의 붐이 일어나고 사람들은 국산맥주 대신 보통 대형마트에서 팔기 시작한 수입맥주를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입맥주는 풍미 등 맛은 훨씬 좋은데 당시 4캔 혹은 6캔에 1만 원씩 묶음으로 팔았기 때문에 한번 수입맥주를 맛본 사람들은 국산맥주에 더 이상 손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가격도 장점이었지만 매일 라거스타일의 국산맥주만 먹다가 처음으로 접해본 다양한 국적과 종류의 밀맥주와 흑맥주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수입맥주가 저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종의 꼼수전략이 통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수입사가 임의적으로 신고한 금액이 과세표준이 되었기 때문에 세금혜택을 볼 수 있어 더욱더 저렴한 묶음 판매가 가능하였습니다.
반면 국산맥주는 '제조원가+판관비+이윤' 등이 과세표준이었고 가뜩이나 품질도 떨어진다는 인식까지 더해져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수입맥주로 인해 대중들의 맥주에 대한 수준은 나날이 높아가고 있었습니다.
(2) 국산맥주의 반격
아이폰이 핸드폰계의 게임체인져 역할을 했다면 맥주는 전 세계의 다양하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수입맥주가 그 역할을 하였습니다.
국산맥주의 수준이 올라간 것도 바로 그때쯤입니다. 당시 국산맥주의 광고를 보더라도 그 이전에는 맥주 본연보다는 '목 넘김', '톡 쏘는 맛' 등 딱히 맥주와 연관이 없는 부분을 강조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수입맥주의 등장에 본격적으로 퀄리티를 올리면서 드디어 '맥아함량', '물 타지 않은 리얼탄산' 등 맥주 본질을 중요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맥주의 목넘김이 왜 중요한지 의문이긴 합니다.
가격측면에서도 약 2019년쯤 개정된 주세개편안에 의해 국산맥주도 4캔에 1만 원 묶음판매가 가능해져 수입맥주와 드디어 경쟁이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국산맥주 라인업에도 소비자들이 그토록 원하던 밀맥주, 흑맥주, 발포주 등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다양한 맥주가 출시되었습니다.
이제 국산맥주도 다양한 종류와 경쟁력 있는 가격 및 훨씬 높아진 맥주의 퀄리티 등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2. 생각의 전환점
(1) 맥주공장 견학
국산맥주가 분발하며 점차 퀄리티를 높여가고 있을 때 국산맥주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된 경험이 있었습니다.
지인의 권유로 국산 맥주공장 견학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미리 예약된 인원들이 버스를 타고 공장 방문 후 여러 제조 및 출고과정을 둘러보며 마지막으로 간단한 맥주 시음회가 있었습니다.
갓 만든듯한 맥주를 300ml 정도 되는 전용잔에 시음을 하게 되었고 아무 생각 없이 평상시의 맥주를 생각하며 마시기 시작했었죠.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2) 생각의 전환점
평상시의 생맥주를 생각하며 마신 맥주는 깊은 풍미, 청량감, 부드러운 거품 등 상상을 초월하는 맛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마 그때부터 수입맥주의 비중을 조금씩 줄이고 국산맥주를 자주 마시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맛있으니까요.
물론 그 맛을 다시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유명하다는 생맥주 전문점을 가도 말이죠. 맥주를 좋아하신다면 꼭 맥주공장 견학을 가셔서 갓 만든 맥주를 시음해 보시기 바랍니다.
3. 맥주맛을 결정짓는 포인트
(1) 유통기한이 아닌 제조일자가 정답
국산맥주도 충분히 맛있다는 확신과 함께 어떻게 해야 맛있는 맥주를 고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맥주공장에서 먹었던 맥주의 가장 큰 특이점이 '만든 지 얼마 안 된 상품'이라는 걸 떠오르며 그때부터 맥주를 구입할 때 제조일자를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보통 캔맥주에는 바닥에 적혀있고 병맥주에는 라벨에 제조일자가 찍혀있습니다.
맥주에도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기한이 지나도 먹는데 상관은 없기 때문에 보통 '품질유지기한'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저는 이 날짜를 보며 가장 최근의 날짜 (=최근에 만든)가 찍혀있는 맥주를 종류에 상관없이 구입하는 편입니다.
제조연월일로부터의 품질유지기한이 있다는 건 반대로 '제조연월일로부터 최대한 빨리 마시면 품질이 좋다'는 걸 의미합니다. 수입맥주는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약간은 불리합니다. 아무래도 거리 및 이동시간이 있어서 제조일자가 어느 정도는 경과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제조일자가 얼마 안 된 국산맥주는 어지간한 수입맥주 못지않다'라는 결론을 내려봅니다.
그냥 내가 간 마트 혹은 편의점에서 제조일자가 가장 최신인 맥주를 고르면 맛있는 맥주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2) 온도가 결정한다
맥주의 맛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소가 제조일자라면 그다음으로는 바로 '온도'가 있습니다. 혹시 김치냉장고에 들어있는 맥주를 드셔본 적이 있나요? 유독 시원하고 맛있었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김치냉장고는 영하 2도에서 영상 1도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맥주의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려 줍니다. 식당에 방문했을 때 유독 병맥주가 맛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 곳 역시 맥주가 제일 맛있는 온도로 술 냉장고를 잘 세팅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꽤 유명하다는 생맥주 가게를 방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벽에 네온사인으로 장식해 놨던 문구가 기억납니다.
'맥주의 맛은 온도가 결정한다'라고 벽에 큼지막하게 붙여놨었죠. 맥주에서 제조일자만큼 중요한 것은 적정한 온도에서의 보관방법이기도 합니다.
마치며...
정리해 보면 맥주를 맛있게 먹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제조일이 얼마 되지 않은 맥주 + 영하 2~영상 1도 정도의 온도'로 시원하게 먹는 겁니다.
이 글을 보신 후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셔서 제조일자를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신기하게도 인기가 많은 대중적인 맥주는 제조일자가 최신이고 인기가 덜한 맥주는 심하면 만든 지 반년정도 된 것도 더러 있습니다.
인기가 많은 맥주는 그만큼 바로 팔리기 때문에 회전이 잘되지만 그렇지 않은 맥주는 계속 재고가 남아있어 발주를 넣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기순이 곧 제조일자순이 되겠습니다. 그 인기가 많은 맥주를 적당한 온도로 시원하게 마시면 적어도 맛없는 맥주가 되진 않을거라 예상합니다.
날씨가 더욱 추워지며 연말이 다가온걸 더욱 실감나게 해주는 요즘입니다. 올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주변사람들과 맛있는 맥주도 한잔씩 하면서 따듯한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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