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을 줄 모르는 쏘렌토의 인기입니다'
2024년 1월 국내 신차 판매량이 공개되었습니다.
부동의 1위는 무슨 차일 까요? 오늘의 주제가 쏘렌토인 것처럼 쏘렌토 MQ4가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1월 한 달 동안 9,284대를 판매하며 9%의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2위는 신차효과가 한참인 싼타페(MX5)입니다. 출시된 지 약 7개월밖에 안된 따끈따끈한 신차로서 8,014대가 판매되며 역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020년에 출시된 쏘렌토 MQ4도 어느덧 4년 차가 되었습니다. 곧 풀체인지가 돼도 이상하지 않은 차량이 출시되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형 싼타페를 제치며 부동의 국산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비결은 뭘까요?
쏘렌토의 간단한 이야기와 흥행의 이유들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기아의 명차 쏘렌토
(1) 쏘렌토의 역사
(2) 포텐을 터뜨린 MQ4
(3) 성공적인 페이스리프트
2. 여전한 1위의 비결
(1) 미래지향적 디자인
(2) 싼타페 MX5의 애매함
(3) 디젤 라인업
1. 기아의 명차 쏘렌토
(1) 쏘렌토의 역사
쏘렌토는 기아의 대표적인 중형 SUV로서 2002년 1세대(프로젝트명 BL)가 출시되었습니다. 출시당시 기존 기아의 대표 SUV였던 스포티지의 급을 넘어선 큰 차체와 우람한 디자인 등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CRDi방식의 2.5L 디젤엔진을 주로 사용했고 아이신 4단 미션과 현대파워텍 5단 미션을 골고루 사용하며 174마력(VGT기준)과 최대토크 33kg.m의 넘치는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부식 등의 여러 가지 단점도 있었지만 장점이 더 많은 인기 차종이었습니다.
1세대가 단종되고 2009년 2세대(프로젝트명 XM)가 출시됩니다. 1세대 대비 2.2L로 다운사이징된 R엔진이 주로 탑재되었고 184마력과 최대토크 40kg.m으로 전작대비 향상된 출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플랫폼은 NF쏘나타의 플랫폼을 공유하며 이때부터 싼타페와 사실상 '디자인만 다른 차'가 됩니다.
또한 이때부터 당시 디자인 수장이었던 피터슈라이어의 아이덴티티가 반영되기 시작합니다. 2세대의 초창기 모델은 피터슈라이어가 처음으로 작업을 했다는 '로체 이노베이션'의 SUV버전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2014년에는 3세대 쏘렌토가 UM이라는 프로젝트명과 함께 등장합니다. 이때부터 심상치 않은 디자인으로 쏘렌토는 싼타페에 이은 만년 2인자 자리에서 탈출 가능성을 엿보기 시작합니다.
물론 2.2 디젤 기준 200마력과 44.5kg.m이라는 향상된 스펙도 있었지만 관건은 역시나 디자인이었습니다. F/L가 될수록 UM의 디자인은 점점 완성되고 있었습니다.
(2) 포텐을 터뜨린 MQ4
UM시절 가끔씩 싼타페 DM을 제치기도 하며 가능성을 보여주던 쏘렌토는 신형 싼타페 TM의 성공적인 연착륙과 QM6의 경제성에 밀려 3위로 밀리는 굴욕을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기아는 가능성을 보고 칼을 갈며 완전히 풀체인지된 신형 쏘렌토 개발에 나서게 됩니다.
2020년 MQ4의 프로젝트명으로 쏘렌토는 화려하게 복귀합니다. 기아는 북미에서만 판매되던 대형 SUV인 '텔루라이드'의 히트에 영감을 받았는지 쏘렌토 MQ4에도 어느 정도 디자인 요소를 반영합니다. 플랫폼은 쏘나타 DN8의 플랫폼을 사용했으며 최첨단 옵션과 부족함 없는 실내외 디자인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
파워트레인 구성도 MQ4부터 드디어 1.6T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았습니다. 230마력과 35.7kg.m의 최대토크를 보여주며 경제적인 연비로 구매자 대부분의 선택을 받게 됩니다.
이때부터 쏘렌토는 싼타페를 제치기 시작했고 싼타페 TM의 F/L 이후 이 격차는 더욱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3) 성공적인 페이스리프트
쏘렌토의 돌풍은 2023년까지도 계속되었습니다. 그냥 중형 SUV는 쏘렌토가 답이었고 경쟁차종조차 없었습니다. 오히려 같은 회사의 신형 카니발과 셀토스가 판매량을 제친 적은 있어도 중형 SUV는 쏘렌토의 독주체재였습니다. 22년 7월부터 23년 7월까지 1년간 쏘렌토는 싼타페(TM) 판매량의 두 배가 넘는 엄청난 수치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던 중 2023년 8월 드디어 풀체인지된 싼타페(MX5)가 출시됩니다. 당시 토레스의 성공이 보여주듯 레트로 열풍이 디자인에 반영되었고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큰 차'로 돌아온 싼타페는 비록 같은 집안이지만 쏘렌토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 듯 보였습니다.
기아는 맞불을 놓습니다. 같은 해 8월 싼타페가 출시될 때쯤 3년 만에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합니다. 결과는 다들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출시된 이후로 단 한 번도 싼타페 MX5가 쏘렌토의 월별 판매량을 제친 적은 없었습니다.
성공적인 페이스리프트입니다.
2. 여전한 1위의 비결
(1) 미래 지향적 디자인
결국 또 디자인이었습니다. 신형 싼타페도 TM시절을 교훈 삼아 '조선의 이보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꽤 유니크한 디자인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쏘렌토의 페이스리프트는 그보다 더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이라는 기아만의 디자인 철학(OPPOSITES UNITED)이 반영된 페이스리프트로서 세로형 헤드램프, 입체패턴의 전면그릴, 셀토스에서 보여줬던 세련된 테일램프 등은 안 그래도 완성된 쏘렌토 MQ4의 디자인에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페이스리프트된 MQ4를 실물로 보고 난 후 개인적으로는 '마치 전기차 같다'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만큼 미래지향적 디자인으로 또 한 번의 탈바꿈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2) 싼타페 MX5의 애매함
싼타페 MX5의 출시 전부터 있었던 디자인 논란도 쏘렌토가 중형 SUV의 1위를 지키는데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당시 다른 부분의 디자인은 호평을 받았지만 유독 후면부에 대한 디자인 호불호가 갈렸기 때문에 사실상 같은 차인 쏘렌토와 싼타페의 내부싸움에서 디자인적으로 불호가 거의 없는 쏘렌토로 구매고객이 흘러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싼타페 MX5의 후면부 디자인은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직선을 강조한 웅장함으로 한국인들을 위한 전형적인 차입니다. 하지만 그 후면부로 인해 때로는 SUV의 이미지가 약간은 애매해진 부분이 있긴 합니다.
카니발의 폭발적인 인기비결은 뭘까요? 경쟁차종이 없는 이유도 있지만 카니발의 기존 '승합차'이미지를 훌륭한 디자인을 통해 'SUV'의 이미지로 어느 정도 탈바꿈시켜 준 것도 한몫했다고 봅니다.
싼타페 MX5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중형 SUV의 한축이지만 너무 커진 차체와 후면부로 인해 때때로 예전의 카니발과 로디우스 같은 '승합차' 이미지가 묻어 나오는 건 살짝 아쉬운 부분입니다. 어디까지나 싼타페는 '중형' 'SUV'이기 때문입니다.
(3) 디젤 라인업
디젤 라인업은 사실상 끝난 게 맞습니다. 얼마 전 포스팅한 1톤 트럭의 디젤 라인업도 LPG로 대체된 걸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쏘렌토는 아직도 디젤수요가 있고 페이스리프트 이후에도 디젤 라인업을 유지했습니다. 물론 전체 쏘렌토 판매량의 15% 정도의 비중밖에 되지 않지만 훌륭한 방음, 넘치는 토크는 꾸준한 수요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싼타페 MX5는 디젤 라인업 자체를 출시하지 않았습니다. 하이브리드와 가솔린이 전부입니다. 풀체인지되었기 때문에 당연한 절차이지만 아직도 디젤을 찾는 고객들은 당연히 쏘렌토 페이스리프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비하지만 무시할 수는 없는 차이점입니다.
마치며...
서두에 언급한 대로 이제 곧 출시된 지 4년 차를 맞이하는 차종이 풀체인지된 차종의 판매량을 여전히 앞서는 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보통 페이스리프트는 명과 암이 분명히 갈리며 페이스리프트 이후 판매량이 오히려 바닥을 치는 경우도 굉장히 많기 때문입니다.
쏘렌토 MQ4와 싼타페 MX5는 같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기 때문에 결국 차별점은 '디자인'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싼타페 MX5도 정말 좋은 디자인입니다. TM 페이스리프트의 저조한 판매량으로 각을 잡고 출시했다는 게 충분히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쏘렌토의 페이스리프트는 '그보다 더' 좋은 디자인이었습니다. 판매량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쏘렌토의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궁금합니다.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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