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KG모빌리티가 된 쌍용차이야기입니다'
2023년 현재 현대자동차와 기아(이하 현대기아)의 국내 점유율은 90%에 육박합니다. 중고차를 고려하더라도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자동차 10대 중 9대는 현대기아의 자동차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대기아의 차가 더 좋습니다. 디자인, 성능, 빠른 F/L주기, 저렴한 A/S비용과 부품 등 국내에서는 적수가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되지 않겠지만 20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면 적어도 SUV와 대형 세단만큼은 현대기아와 비등하게 겨루던 제조사가 있었습니다. 그 SUV와 대형 세단은 바로 쌍용자동차, 지금의 KG모빌리티에서 출시한 렉스턴, 무쏘, 뉴코란도, 체어맨 등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리즈시절이 있었듯 지금은 KG모빌리티라는 사명으로 새롭게 태어난 쌍용자동차도 빛나던 리즈시절이 있었습니다.
20년 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가볍게 재미 삼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KG모빌리티의 역사
(1) 전성기
(2) 수난시대
(3) 안정기
2. 쌍용차의 추억
(1) 대표 라인업
(2) 벤츠와의 기술제휴
(3) 마케팅의 성공
1. KG모빌리티의 역사
(1) 전성기
KG모빌리티의 역사는 굉장히 깊습니다. 1954년에 설립되어 현대기아보다 훨씬 더 깊은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창업당시 '하동환자동차제작소'를 시작으로 '신진지프자동차', '동아자동차'의 이름을 거친 후 1986년부터 쌍용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되어 '쌍용자동차'라는 이름을 갖게 됩니다.
'쌍용그룹'에 편입되면서 드디어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기존까지 트럭, 버스 등 특장차들을 만들던 회사에서 1988년 '코란도 훼미리'를 시작으로 1993년 '무쏘', 1995년 '뉴코란도', 1997년 '체어맨'이 차례대로 출시되며 SUV와 고급세단을 만드는 자동차회사로 거듭나게 됩니다.
하지만 전성기가 막 진행되려던 그해 12월 IMF가 터지고 맙니다.
(2) 수난시대
사실 외환위기가 아니었어도 쌍용자동차는 이미 막대한 부채로 인해 여기저기 인수를 타진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외환위기는 그 방아쇠를 조금 더 일찍 극단적으로 당겼을 뿐입니다.
쌍용자동차는 이듬해 라이벌이었던 '대우자동차'에 인수되며 대우차가 됩니다. 쌍용자동차라는 CI는 유지하였으나 로고는 대우차였던 약간은 어색한 조합과 모든 쌍용차의 전면그릴이 당시 대우자동차 특유의 삼분할 그릴로 바뀌던 시기입니다.
이후 다들 아시는 것처럼 대우그룹 또한 1999년 공중분해되며 대우자동차와 별개로 해외에 매각이 시도됐으며 대우자동차는 GM에 인수된 반면 쌍용자동차는 좀처럼 주인을 찾지 못하다가 2004년 중국의 '상하이 자동차', 2010년 인도의 '마힌드라'에 인수되며 기술유출사건,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며 수난시대를 겪고 맙니다.
(3) 안정기
'티볼리'가 소형 SUV시장을 선도하며 나름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던 '마힌드라'시절 결국 적자가 누적되며 2020년 마힌드라는 경영권 포기를 선언하게 됩니다.
이 시기 쌍용차는 부품업체들로부터 부품을 제공받지 못하고 급여도 제때 지급되지 못해 회계 감사의 '의견 거부'를 받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다시 시장에 나온 쌍용자동차는 SM그룹, 에디슨모터스 등 적지 않은 회사들의 레이더망에 올랐었지만 결국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건 KG그룹이었습니다. 2022년 6월 KG그룹은 쌍용자동차의 새로운 주인이 됩니다.
그해 말 쌍용자동차는 'KG모빌리티'라는 현시대와 제법 어울리는 사명으로 바뀌고 '토레스'를 출시됩니다. 토레스는 광풍을 이끌며 드디어 흑자전환에 성공합니다. 대우자동차 이후에 약 18년 만에 다시 한국회사의 품으로 돌아온 쌍용자동차입니다.
2. 쌍용차의 추억
(1) 대표 라인업
간단히 살펴본 KG모빌리티의 역사처럼 쌍용차의 전성기는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전성기라 불리는 2000년대 초반에도 회사는 대우그룹에서 떨어져 나오며 새로운 인수자를 찾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라인업이 흥행을 친 건 그만큼 좋은 차들이 한 번에 쏟아져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무쏘'와 '뉴코란도'는 밴모델과 7인승의 혜택, SUV판매량의 본격적인 증가에 힘입어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합니다. 무엇보다 디자인이 압도적이었습니다. 당시 경쟁차종들의 디자인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현대자동차의 '갤로퍼', 기아의 '레토나', '스포티지 그랜드'가 동시대의 차들입니다.
'무쏘'의 인기가 시들해질 무렵 '렉스턴'이 출시되어 현대자동차의 야심작 '테라칸'을 견제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두 차에 대한 이미지는 테라칸도 좋은 차지만 렉스턴이 조금은 더 고급차라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렉스턴에 끝내 밀리던 현대자동차는 이후 희대의 명차 '베라크루즈'를 만들며 체급을 아예 달리하기 시작합니다.
체어맨도 누구나 아는 대한민국 고급세단의 한축이었습니다. 에쿠스와 체어맨은 동급이었습니다. 판매량도 에쿠스가 조금 더 많았지만 체어맨도 크게 뒤쳐지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제네시스 GV90에 필적하는 최고급 세단을 KG모빌리티에서 판매하는 느낌입니다.
회사사정만 좋았다면 더 많은 명차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2) 벤츠와의 기술제휴
쌍용차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소는 디자인, 출력 등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벤츠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라는 사람들의 인식도 꽤 많은 몫을 차지했었습니다.
당시 쌍용차는 동아자동차를 인수한 후 지속적으로 유럽 유명 자동차제조사와의 기술제휴를 타진했으며 기어코 벤츠(메르세데스 벤츠)와의 기술제휴에 성공합니다. 상용차 위주의 디젤엔진 파워트레인의 기술제휴를 받던 쌍용차는 가솔린 엔진까지 기술제휴를 맺어내며 전설의 대형세단 '체어맨'을 출시할 수 있게 됩니다.
현대기아의 파워트레인 기술이 지금처럼 완성되지 못했던 2000년대 초반 벤츠의 엔진과 파워트레인을 사용한다는 건 신뢰도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고속도로 순찰차였던 무쏘의 주행거리 88만 킬로 엔진 무보링은 지금도 유명한 일화입니다.
(3) 고급화의 성공
앞서 언급한 '렉스턴'은 '대한민국 1% 열풍'을 일으킵니다. 당시 광고는 아직도 생각이 날 정도입니다.
조용한 새벽 유럽을 달리고 있는 렉스턴의 모습과 '아직 잠들어 있는 자 99%, 이미 깨어 있는 자 1%'라는 자막이 1%들이 타는 차별화된 프리미엄이라는 걸 강조했었습니다. SUV=렉스턴이라는 문구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광고뿐만 아니라 가격도 새 차와 중고차 할 것 없이 동급대비 훨씬 고가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쌍용차는 고가정책을 가장 잘 사용한 제조사 중 하나였습니다. 이러한 전략들은 하나같이 적중하곤 했습니다.
뉴코란도를 구입하기 부담되는 분들의 차선책은 현대자동차의 '갤로퍼 이노베이션'과 기아의 '레토나'였습니다.
마치며...
긴 역사와는 다르게 짧았던 리즈시절, 수난시대, 다시 한국회사의 품으로 돌아온 지금의 안정기까지 정말 많은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KG모빌리티입니다. 짧지만 찬란하게 빛났던 리즈시절만큼 아픔의 시절은 더욱더 길고 어두웠습니다.
다행히 KG그룹이라는 재계순위 71위라는 대기업과 다름없는 탄탄한 회사에 인수됐고 쌍용차에 이어 전기버스로 유명한 한때 쌍용차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던 '에디슨모터스'마저 인수한 걸 보면 KG그룹의 완성차사업 진출은 진심으로 보입니다.
인수 이후 레트로 디자인의 열풍을 몰고 온 '토레스'에서 과거 시대를 앞서갔던 '뉴코란도'의 디자인이 오마쥬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쌍용차의 단점으로 지목된 부품공급지연, 비싼 A/S 등도 KG모빌리티에서 꾸준히 개선된다면 다시 예전과 같은 리즈시절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고 봅니다.
내연기관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현시점입니다. 더 이상 엔진과 미션 같은 전통적인 파워트레인을 개발할 필요가 없습니다. 최근 많이 발전했다는 중국의 BYD 같은 회사의 전기차를 잘 벤치마킹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선택지 하나가 추가되었으면 합니다.
너무 길어졌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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