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10 대중 9대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입니다'
2023년 국내 완성차 5사(현대자동차, 기아, 르노, 쉐보레, KG모빌리티)의 전체 판매량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이하 현대기아)의 점유율은 약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한국의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10대 중 약 9대는 현대기아 모델인 겁니다.
생각보다 도로에서 르노, 쉐보레, KG모빌리티의 차들도 꽤 보였던 것 같은데 90%라니 한편으론 믿기지 않습니다. 수입브랜드를 제외하고 도대체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적지 않은 선택지 중 현대기아만 선택하는 걸까요?
놀라운 건 신차시장뿐만 아닙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의 쏠림현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차의 경우 동급기준 브랜드별로 가격차이라도 크지 않으니 현대기아를 선택한다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비슷한 스펙을 가진 현대기아 외의 브랜드 차량들이 2~3백만 원가량 저렴하지만 고객들은 가급적 현대기아를 선택하곤 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중고차 시장에서도 신차와 마찬가지의 선택을 받게 적용하는 걸까요?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신차시장에서 현대기아를 선택하고 중고차시장에서도 결국 현대기아가 대세가 되었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신차 시장
(1) 디자인과 공간활용성
(2) 빠른 F/L 및 풀체인지
(3) 저렴한 가격
2. 중고차 시장
(1) 정비성
(2) 가격 방어력
(3) 재생부품
1. 신차시장
(1) 디자인과 공간활용성
사실 처음부터 현대기아가 디자인적으로 강점이 있던 제조사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기아에서 '디자인 기아'를 내세워 출시한 K5 1세대의 파격적인 디자인이 성공을 거둔 이후 '결국 디자인이 답이다'라는 결론을 내린 듯합니다.
당시 K5 1세대의 디자인을 본 일본의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단체로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이기도 합니다.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입니다. 그래서 중고차로도 아직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현대기아는 2010년대 이후로 품질에서도 어느 정도 기본기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전의 현대기아의 차들은 차체의 부식때문이라도 10년 이상 타기가 쉽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품질이 올라오면서 결국 차별점은 디자인 밖에 없었습니다. 집안싸움이지만 항상 만년 2위였던 쏘렌토와 K5가 같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싼타페, 쏘나타를 판매량에서 제친 건 결국 디자인의 힘이었습니다.
지금은 좀 잠잠해졌지만 KG모빌리티의 토레스가 출시초반 광풍을 이끌며 기아의 셀토스가 꽉 잡고 있던 소형 SUV시장을 긴장시킨 것도 결국 디자인의 힘이었습니다.
현대기아가 우위를 보이는 점은 넓은 실내공간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사실 크게 놀라운 점은 아닙니다. 현대기아는 예전부터 실내공간 하나는 기가 막히게 뽑는 걸로 유명했었습니다. 현대기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실내공간만큼은 인정하곤 했습니다.
동급 차량인 소나타와 쉐보레의 말리부, 르노의 SM6를 한 번씩 타보면 더욱 실감하실 겁니다. 우리나라 택시의 대부분이 현대기아인 여러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넓은 실내공간 때문입니다.
(2) 빠른 F/L 및 풀체인지
현대기아가 선택받는 이유이자 동시에 비판받기도 하는 부분입니다. F/L(페이스리프트, 이하 페리)는 부분변경을 말하고 풀체인지는 완전변경을 의미합니다.
통상적으로 자동차업계에서 말하는 풀체인지 주기는 7년 정도이며 그 기간이 지나야 개발비용 등을 회수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기아는 현재 이보다 훨씬 짧은 5년 정도만 지나면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페리 또한 현대기아내에서 과거에는 4~5년이었지만 최근에는 2년 정도의 짧은 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빠른 페리 및 풀체인지의 가장 큰 장점은 '신속한 트렌드 반영'입니다. 현대사회의 트렌드는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바른 트렌드 변경에 발맞추어 2년 주기의 페리를 통해 트렌드를 반영해 주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디자인적으로 한 발 앞서 나가게 됩니다.
현대기아가 너무 빠르게 바뀌니 경쟁사들의 차량은 때로 올드해져 버리곤 했습니다. 반대로 너무 빠른 페리와 풀체인지 때문에 내차가 어느 순간 구형이 된다고 불만을 갖기도 합니다.
제 지인 중에서는 이런 빠른 페리가 너무 싫다며 약간 무리해서 비슷한 가격대의 외제차를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외제차는 보통 페리 주기가 길고 디자인적으로 크게 바뀌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안 하는 거보다 해주는 게 낫다고 봅니다. 페리도 결국 개발비용이 드니까요.
(3) 저렴한 가격
디자인적인 우세, 넓은 실내공간, 빠른 주기의 모델변경 등의 장점을 가진 현대기아차의 신차가격은 당연히 타 브랜드보다 더 비싸야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동급의 중형차를 예를 들어 단순비교 해보겠습니다.(연식마다 조금씩 가격은 달라집니다. 참고만 하시면 됩니다)
1. 현대 쏘나타 DN8 2,787 ~ 3,893만 원
2. 기아 K5 2,400 ~ 3,284만 원
3. 르노 SM6 2,850 ~ 3,680만 원
4. 쉐보레 말리부 2,364 ~ 3,338만 원
(KG모빌리티는 중형 세단이 없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느 브랜드를 선택하시겠습니까?
2. 중고차 시장
(1) 정비성
중고차는 필연적으로 고장이 나게 됩니다. 신차도 고장이 나는데 중고차는 당연합니다. 하지만 신차는 어느 정도 보증을 해줍니다. 하지만 보증기간이 지난 중고차는 우리가 스스로 보증을 해야 합니다.
간혹 중고차 구입 시 새 차 사듯 구입하시는 분이 있는데 정신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중고차는 구입 후 +100만 원은 수리비로 추가지출이 발생한다고 보셔야 합니다.
고장이 당연히 나기 때문에 중고차 구입 시 정비의 용이성과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부분에서 현대기아는 독보적입니다.
저는 르노차의 디자인과 주행성이 마음에 들어 SM5를 신차로 구입해 약 9년 정도 운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차는 정말 좋았지만 정비성과 비용 등은 남들에게 추천하기에는 아쉬움 점이 많았습니다.
한 가지 예로 SM5의 에어컨 필터를 들어보겠습니다.
현대기아 모든 차의 에어컨 필터교체는 여성오너도 자가정비가 가능할 정도로 간단하고 쉽습니다. 하지만 SM5는 자가교체는 거의 불가능하고 심지어 동네 카센터에서도 교체를 거부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결국 에어컨 필터 하나 교체하기 위해 공식서비스 센터를 가야 하며 저는 비록 신차였지만 만일 중고차라면 공식 수리센터에 맡기는 건 비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보통 1년에 2번 정도 자주 교체해줘야 할 에어컨 필터가 자가교체가 안되니 교체주기가 길어졌고 시간이 지난 후 교체한 필터의 상태는 위와 같습니다. 저 에어컨 필터 하나가 정비 용이성의 중요함을 말해줍니다.
또 다른 예로는 엔진 등 주요 부위에 문제가 생겨 교체를 해야 할 때 현대기아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반면 타 브랜드는 그렇지 못한 경향이 있습니다. 엔진을 예를 들면 현대기아는 이미 시중에 재생엔진이 넘쳐나 엔진 보링 전문점 (일명 성지)을 가면 이것저것 다해도 약 150만 원 내외면 당일 깔끔하게 수리가 가능합니다. (중형세단 기준)
하지만 타 브랜드의 경우 엔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재생엔진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때로는 엔진교체비용이 차량가액을 초과해 전손처리(폐차)를 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현대기아의 저렴한 수리비와 정비 용이성은 중고차의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줍니다.
(2) 가격 방어력
어찌 보면 당연한 경제논리입니다. 수요가 많으면 공급이 적어지니 가격이 오르게 됩니다. 예전 경제학 시간에 그래프 그려가며 열심히 공부한 그 논리입니다.
쉽게 말해 현대기아를 찾는 고객이 많으니 중고차 딜러입장에서도 현대기아는 매입해 놓으면 바로바로 판매가 되니 어느 정도의 고가의 가격을 형성해 놓지만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타 브랜드는 빠른 재고회전을 위해 가격을 낮게 형성해 놓습니다.
이 논리는 신차 구입 후 기변을 위해 타던 차를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내차가 현대기아며 인기가 많은 차종과 색상, 옵션을 구비했다면 동급의 타 브랜드보다 적어도 1~2백은 더 높은 가격에 매각이 가능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신차 가격표에서 똑같이 풀옵션으로 3천만 원 중반의 신차를 구입한 후 3년 뒤 중고차 시장에 판매한다면 각각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요?
이런 이유로 신차 구입 시 향후 중고차로 매각할 경우까지 고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현명하신 분들입니다.
(3) 재생부품
판매량이 많다 보니 재생부품도 상당히 많습니다.
재생부품은 통상 OEM제품을 말합니다. 제조사 정품 홀로그램만 없을 뿐 품질은 거의 동일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부품을 납품하던 업체에서 유통을 하기 때문에 순정부품대비 저렴합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폐차장에서 성능이 괜찮은 부품을 복원시켜 판매하기도 합니다. 이런 부품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중고부품이기에 100%의 성능보장이 안 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중요한 건 이런 복원부품을 구할 때도 폐차물량이 현대기아가 압도적으로 많기에 구하기도 수월하다는 겁니다.
중고차는 때로 이런 재생 혹은 복원부품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가성비가 좋습니다. 신차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발전기와 같은 부품은 정품사용을 추천합니다.
마치며...
과거 SM5를 신차로 뽑았을 만큼 한때는 현대기아를 별로 선호하지 않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역사가 오래된 제조사가 기본기가 더 좋다는 이유로 르노, 쉐보레 등을 선택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우연히 타본 쏘렌토, 베라크루즈, 쏘나타 등 사람들이 많이 타는 차종을 타본 후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무난한 기본기, 수리비, 가격방어력, 부품수급, 많은 A/S망과 동네 카센터 등 장점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이런 장점들은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량 순위 1~10위를 현대기아의 차량들이 모두 차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자유경쟁시장에서 독과점의 폐해는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이기도 합니다. 독과점이란 일정한 시장에서 경쟁사업자가 존재하지 않거나 소수의 사업자가 당해 사업분야에 있어 압도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런 독과점사업자는 상품의 가격, 거래조건 또는 수량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시장지배력을 갖게 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대기아가 독과점은 아니라고 봅니다. 90%의 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경쟁사업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소비자들이 좋아서 선택받았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현대기아가 위에서 언급한 많은 장점들과 함께 자동차 시장을 건전하게 이끌며 타브랜드도 선의의 자극을 받아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멋진 자동차들이 소비자의 선택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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