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동차 이야기

희대의 명차 베라크루즈는 얼마나 좋은차일까? (5년 후기)

by gingduck 2024. 1. 1.
반응형

'이제는 없을 3.0L V6 디젤의 베라크루즈 이야기입니다' 

 

역주행이란 용어가 있습니다. 음반시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어로서 발매 후 상당기간 주목받지 못하던 노래가 어떤 사유로 재조명되어 갑자기 순위상승이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중고차 시장에서 약 2년 전 갑자기 역주행을 하던 차량이 있었습니다. 바로 희대의 명차, LUV로 불리던 '베라크루즈'입니다.

 

희대의 명차 '베라크루즈' (출처-현대자동차)

 

마침 그 시기 유행하던 차박열풍에 저렴하고 힘 좋고 엄청 넓은 실내공간을 자랑하던 베라크루즈는 중고차 시장에서 씨가 마를 정도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베라크루즈를 2대나 운행해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색상은 블랙과 화이트였으며 한번 타봤던 차를 다시 한번 살 정도면 베라크루즈는 정말 좋은 차가 맞는 것 같습니다. 최근 베라크루즈는 '4등급 조기폐차'로 또다시 핫해지고 있습니다.

 

베라크루즈를 2대나 타봤던 경험을 바탕으로 왜 명차인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지금도 차박, 낚시, 영업용으로 구입을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을 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시 타던 2대의 베라크루즈입니다. (출처-gingduck)

 

1. 베라크루즈는?
(1) 탄생비화
(2) 주요 스펙
(3) F/L
(4) 주요 옵션

2. 베라크루즈의 장점
(1) 6기통 감성과 승차감
(2) 넓은 실내 및 적재공간
(3) 내구성 및 정비성
(4) 가성비(조기폐차)

3. 베라크루즈의 단점
(1) 디자인과 옵션
(2) 수리비
(3) 디젤은 디젤차다
(4) 연비와 답답한 스타트

 


 

1. 베라크루즈는?

 

(1) 탄생비화

베라쿠르주는 2006년 10월에 출시되었습니다.

 

국내시장은 물론 북미시장의 고급 SUV시장을 겨냥한 전략 차종이며 직전 대형 SUV였던 테라칸과는 성격과 크기 등 여러모로 다르긴 하지만 포지션을 이어받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테라칸도 당시 고급 SUV였습니다. (출처-gingduck)

 

당시 북미 고급 SUV시장을 의식해서 SUV가 아닌 LUV라고 홍보를 하곤 했었습니다. Luxury Utility Vehicle의 약자입니다.

 

갤로퍼의 프레임바디를 이어받고 정통 SUV를 표방했던 테라칸과는 다르게 싼타페 CM의 플랫폼을 늘린 모노코크바디를 사용하여 대형 세단의 안락함과 활동성을 강조한 '도시형 SUV'를 목적으로 개발되었습니다. 베라크루즈라는 이름은 멕시코 동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베라크루스'에서 따왔습니다.

 

지금은 상상이 되지 않지만 테라칸이 출시되던 시기 국내 고급(대형) SUV의 대세는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의 '렉스턴'이었습니다. '대한민국 1%'라는 문구와 함께 고급 SUV이미지를 갖고 있던 렉스턴을 잡기 위해 꾸준히 성능을 개량하고 상품성을 개선하며 고군분투하였으나 렉스턴에 비해 떨어지는 성능과 올드한 디자인으로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엔진 내구성, 디자인 등으로 SUV만큼은 쌍용차를 많이 선택하곤 했습니다.

 

역부족이던 테라칸을 단종시킨 후 현대자동차는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기존에 없었던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바로 2006년 승용형 3.0L V6 디젤 터보의 S-엔진을 개발한 후 처음으로 채용한 베라크루즈의 탄생입니다.

 

(2) 주요 스펙

베라크루즈는 7인승으로서 전장(앞범퍼와 뒤 범퍼사이) 4,840mm, 전폭(정면에서 봤을 때 가로사이즈) 1,970mm, 축거(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2,805mm, 공차중량 2,115kg(디젤기준)으로 당시 기준 대형 SUV다운 엄청난 사이즈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대형 SUV였으나 모든 차가 커진 요즘 기준으로는 준대형 SUV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현재 출시되는 준대형 SUV인 신형 쏘렌토(mq4)와 제원상 큰 차이가 없으니까요.

 

파워트레인(엔진, 미션)은 디젤모델기준 3.0L V형 6기통 터보로서 최고출력 255ps, 최대토크는 48kgfm이며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솔린모델은 3.8L V형 6기통 자연흡기로서 최고출력은 264ps, 최대토크 35.5 kgfm입니다. 변속기는 마찬가지로 6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했습니다. 참고로 이 가솔린 엔진은 예전 에쿠스에서 사용하던 그 엔진이 맞습니다.

 

디젤모델은 엔진에 따라 S1엔진과 S2엔진으로 나누어지는데 2012년 이후 DPF가 장착된 모델이 S2엔진입니다. DPF가 안 달린 S1엔진은 4등급 차량이며 S2엔진은 3등급입니다. 조기폐차 시 참고하시면 됩니다.

 

(3) F/L

중고차 구입을 고려한다면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내용입니다.

 

베라크루즈는 단종시까지 내외관 디자인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딱 한번 그릴과 전조등(헤드라이트)이 변경된 적이 있었습니다.

 

2009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다르게 벌집모양의 그릴이 가로형으로 바뀌었고 주황색 시그널이 있었던 전조등은 투명하게 바뀌었습니다. 2015년 단종되기까지 유일한 F/L입니다.

 

(좌) F/L이전, (우) F/L이후. 구분이 되시나요? (출처-gingduck)

 

(4) 주요 옵션

베라크루즈의 주요 옵션으로는 파워 테일게이트, HID헤드라이트, 슈퍼비전 클러스터, 선루프(파노라마 X), 블루투스 오디오, 스마트키, 통풍시트 등이 있습니다.

 

적어도 중고차 구입 시 VX등급 이상은 구입하셔야 위와 같은 옵션을 어느 정도 누릴 수가 있습니다. 베라크루즈는 300X - 300VX - 300 VXL로 크게 3단계로 나누어집니다. 300X는 정말 옵션이 없습니다. 계기판도 일반전구조명이고 스마트키도 없습니다.

 

(좌) 일반전구 계기판, (우) 슈퍼비전 계기판 (출처-gingduck)

 


 

2. 베라크루즈의 장점

 

(1) 6기통 감성과 승차감

베라크루즈에서 사용하는 6기통 디젤엔진은 S엔진이라 불리며 6기통 특유의 엔진소리와 주행질감으로 매우 유명합니다. (6기통은 쉽게 말해 실린더가 6개로 이루어진 엔진을 말합니다)

 

디젤엔진의 진동과 소음도 S엔진에서는 현저히 낮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소음과 진동이 커지는 4기통 디젤엔진과는 다르게 20~30만 km를 주행한 S엔진은 여전한 정숙성을 보여주곤 합니다.

 

S엔진자체도 훌륭하지만 베라크루즈는 직렬이 아닌 V형 엔진배치, 전륜구동, 모노코크바디라는 특징 덕분에 승차감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같은 S엔진을 사용하는 모하비가 유독 극악의 승차감으로 유명한 이유는 후륜구동과 프레임바디라는 차이점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 디젤차량 중 6기통형식의 엔진은 모하비와 GV80이 유일하지만 모바히는 곧 단종을 앞두고 있고 GV80은 더 이상 디젤 라인업을 출시하지 않습니다.

 

(2) 넓은 실내 및 적재공간

베라크루즈는 정말 넓습니다. 안 그래도 실내공간 확보를 잘하는 현대차가 맘먹고 넓게 뺀 것 같습니다.

 

1열과 2 열도 넓지만 트렁크 공간은 정말 끝판왕입니다. 2열의 시트를 앞으로 접으면 안 들어가는 짐이 거의 없습니다.

 

예전 지인의 원룸이사를 베라크루즈를 이용하여 한번에 이동한 적도 있었고 가구점에서 구입한 싱글침대와 2인용 소파까지 모두 트렁크에 싣고 옮긴 적이 있었습니다.

 

약간 오버해서 요즘 나오는 렉스턴스포츠와 비슷하게 적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내구성 및 정비성

한때 움직이는 세탁기라는 오명을 듣기도 하던 현대자동차는 2007~2009년부터 작정하고 차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때 출시된 차들이 현재도 중고차 시장에서 명차소리를 들으며 꾸준히 거래되고 있습니다.

 

베라크루즈도 이 시기에 출시된 차량입니다. 고장이 잘 나지 않습니다.

 

카센터사장님들도 인정하는 고장이 잘 나지 않는 차량이라고 입을 모아 말씀하시고는 합니다. 저도 베라크루즈를 2대나 운행하면서 고장 한번 없이 잘 탔던 기억이 있습니다. 엔진오일, 연료필터, 브레이크 패드교체가 전부였습니다.

 

동호회에는 엔진교체 없이 99만km 주행거리 인증사례도 있는데 S엔진은 국내 최초로 실린더 블록에 콤팩트 흑연 주철(CGI)을 적용해서 내구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콤팩트 흑연 주철은 기존의 주철 대비 내구성, 피로강성등에서 특히 우수하다고 합니다.

 

또한 베라크루즈는 정비성이 좋아 흔히 말하는 '정비빨을 굉장히 잘 받는 차량'으로도 유명합니다. 베라크루즈는 예방차원에서 부품교체를 해주면 운행 시 체감이 굉장히 큰 차종중 하나라고 합니다.

 

고장이 잘 나지 않지만 나더라도 정비성도 좋고 정비 빨도 잘 받으니 관리하기 상당히 용이한 차량입니다.

 

(4) 가성비 (조기폐차)

단종된 지 8년이 넘은 차량입니다.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최근의 연식으로 구입한다 해도 2015년식입니다. 이미 감가가 다 되었기 때문에 차량가격은 상당히 메리트가 있습니다. 그래도 2015년식으로 구입하려면 1천만 원 이상은 지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베라크루즈는 20~30만 km를 주행한 차량도 컨디션이 좋으므로 1천만 원 언더로 충분히 좋은 차량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올해 초부터 시행된 4등급 경유차 조기폐차에 S1엔진을 장착한 베라크루즈도 포함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타다가 조기폐차를 하면 차량 구입가격에 상회하는 보조금을 수령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베라쿠르즈 4등급 조기폐차로 수령한 보조금 총금액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클릭시 이동합니다. (출처-gingduck)

 


 

3. 베라크루즈의 단점

 

(1) 디자인과 옵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눈은 달라지고 유행도 바뀌게 됩니다.

 

베라크루즈가 출시되던 2000년대 초반에는 각진 디자인의 모바히보다 베라크루즈의 디자인이 더 선호됐지만 최근의 싼타페 MX5처럼 다시 각진 디자인의 차량들이 대세입니다. 아무리 내차가 이뻐 보여도 17년 정의 디자인은 요즘시대와 맞지 않습니다. 그냥 옛날차 느낌입니다.

 

옵션 또한 요즘 신차대비 너무 부족합니다. ADAS 같은 안전 옵션은 거의 전무하고 HUD도 없습니다. 그나마 파워 테일게이트는 있지만 너무 느린 구형입니다. 2열 시트도 수동으로 접어야 하고 어라운드뷰도 물론 없습니다.

 

아무리 6기통 감성으로 타는 차라지만 옵션을 보면 너무 아쉽습니다.

 

(2) 수리비

베라크루즈의 장점으로 정비성이 있었지만 당시 럭셔리 SUV 답게 부품과 수리비용은 꽤 고가에 속합니다.

 

단순히 엔진오일을 교체하더라도 오일의 양이 많아 일반 승용차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발생합니다. 6기통이기 때문에 인젝터도 6개라 문제가 생길 인젝터의 수도 많고 예열플러그도 6개입니다. 6기통 감성의 달콤함은 때론 무섭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3) 디젤은 디젤차다

서두에서 6기통 디젤이라 정숙하고 조용하다고 장점을 언급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반 4기통 디젤엔진 대비 정숙한 것이지 가솔린 혹은 LPG엔진과의 비교는 불가입니다.

 

디젤 엔진 특성상 특유의 잔진동과 공명음등은 여전히 발생하기 때문에 소음에 예민하신 분들은 베라크루즈의 명성을 듣고 중고차 구입 후 엔진소리에 실망하는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 베라크루즈도 디젤차 특유의 소리는 얼마든지 납니다.

 

(4) 연비와 답답한 스타트

베라크루즈의 제원 중 공차중량(무게)은 무려 2.1톤가량입니다. 요즘 출시되는 쏘렌토 mq4가 대략 1.7톤이니 어마어마한 공차중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공차중량은 그대로 연비로 이어져 역시나 베라크루즈는 극악의 연비를 보여줍니다.

 

공식연비는 시내 9.3, 고속 13.2 정도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시내주행은 9.3보다 더 안 나오는 편이며 고속은 그나마 정속주행 시 13 정도는 나왔던 것 같습니다. 시내위주로 출퇴근 시 베라크루즈를 이용한다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차량입니다.

 

2.1톤의 공차중량은 답답한 초반스타트로도 이어집니다.

 

마치 예전 쌍용자동차의 '뉴코란도'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동호회에서는 이 스타트를 개선하기 위해 맵핑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맵핑의 끝은 보통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곤 합니다.

 


 

마치며...

 

현재 베라크루즈의 자리는 중고차 시장에서는 맥스크루즈가, 신차시장에서는 펠리세이드가 훌륭하게 메꾸고 있습니다.

 

(좌) 맥스크루즈, (우) 펠리세이드 (출처-현대자동차)

 

펠리세이드는 비록 4기통이지만 요즘차 답게 방음이 잘 되어 굉장히 조용하고 정숙한 차량입니다. 출력과 토크도 베라크루즈에 비해 크게 부족하지 않습니다.

 

펠리세이드가 비록 2.2L 4기통 디젤엔진이지만 꽤 괜찮은 정숙성과 힘을 보여주니 V6 3.0L 엔진을 장착한 신차가 나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다운사이징이 대세니까요.

 

모하비도 판매량을 보니 단종이 유력해 보이고 이제 더 이상 신차 라인업에는 6기통 디젤을 떠나 디젤모델 자체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앞으로 볼 수 없는 6기통 디젤엔진의 베라크루즈를 통해 넓은 실내공간과 적재공간, S-엔진의 내구성과 가성비 등 다양한 장점을 누리며 때로는 이성보다 앞서는 감성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