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JEEP 기아 레토나 이야기입니다'
SUV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습니다.
캠핑 등이 유행하면서 사람들은 활용성 높은 SUV를 더 찾게 되었고 세단 못지않은 승차감까지 더해져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월 자동차 판매량 1위부터 7위까지 중간에 포터를 제외하고 모두 SUV인 게 모든 걸 말해줍니다.
과거 아직 SUV가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 참 재미있던 차가 하나 있었습니다.
JEEP의 디자인을 닮은 각진 근육질의 차체, 프레임 방식의 파트타임 4륜구동, 2열이 짐칸인 밴이라 저렴했던 세금, 무엇보다 군시절 높은 분들의 1호차로 유명했었던 기아의 '레토나'입니다.
2003년 단종되었으니 어느덧 20년이 넘은 차량입니다. 레토나에 대한 추억을 소환해 보겠습니다
1. 레토나의 역사
(1) 아시아자동차와 록스타
(2) 군대 1호차 'K-131'
2. 레토나의 추억
(1) 뉴코란도의 훌륭한 대체재
(2) 잔고장이 많던 차
(3) 투박하지만 멋진 디자인
1. 레토나의 역사
(1) 아시아자동차와 록스타
'아시아자동차'를 아시나요? 아신다면 아마 꽤 오래전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으셨던 분들일 겁니다.
아시아자동차는 지금은 없어졌지만 사실상 현대기아그룹 내 어딘가에 있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과거 기아에 인수됐었고 그 후 다들 아시는 것처럼 기아가 현대자동차에 합병되었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 설립된 아시아자동차는 이후 군수용 차량을 제작하는 방위산업체로 지정되고 나서 지금의 기아에 인수되었습니다. 인수된 후에도 아시아자동차라는 이름으로 기아의 계열사에 편입되었으며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SUV시장에 진출합니다.
이 시기 출시된 차량이 나름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록스타'라는 차량입니다. 록스타를 아시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SUV가 지금처럼 유행하지 않았고 '쌍용자동차'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시장이었기 때문입니다.
록스타는 저조한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R2의 이름으로 후속버전도 나왔는데 R1의 디자인은 지금 봐도 꽤 놀랍습니다. 콤팩트한 지프의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R1 차량은 엔진의 내구성이 좋지 못해 현재 중고매물이 거의 없는 편인데 만일 지금 중고매물이 있다면 꽤 많은 차량들이 리스토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록스타도 레토나와 마찬가지로 군수용부터 먼저 출시된 차량입니다. 'K-111'로서 당시 군생활을 했던 분들은 부대에서 많이 보던 지휘차량이었습니다.
레토나는 위와 같이 아시아자동차로부터 시작되었고 록스타의 후속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2) 군대 1호차 'K-131'
당시 레토나가 '적어도' 군필 남자들에게 은근히 수요가 있었던 건 바로 군대에서의 이미지 때문이기도 합니다. 2000년대 초반 군대에서는 계급 높은 상급 지휘관이 운전병을 별도로 두고 타고 다니는 일명 '1호차'였습니다.
1호차라는 건 보통 그 부대 혹은 대대의 지휘관이 탄다는 의미로서 '높은 사람이 타는 차'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군대에서의 레토나는 상당히 조용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디젤이 아닌 가솔린 엔진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가솔린 엔진의 힘이 좋지 못했던 그 시절 가솔린을 사용한 이유는 '높은 사람이 타는 차'이기 때문입니다. 귀하신 분이 타는데 승차감이 떨어져선 안 되겠죠.
민수용으로 나온 '레토나'에는 서민의 차답게 어김없이 디젤엔진을 달고 출시됩니다. 헤드가 약하기로 유명한 바로 그 엔진입니다.
2. 레토나의 추억
(1) 뉴코란도의 훌륭한 대체재
2000년대 초반 연 2만 원대라는 저렴한 세금과 당시 1,000원도 안 하던 경유값으로 인해 일명 '3도어 VAN'들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저렴한 유지비로 대학생 혹은 사회초년생들의 드림카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독보적인 3도어 VAN의 1인자는 KG모빌리티(과거 쌍용자동차)의 '뉴코란도'였습니다. JEEP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엄청난 디자인과 벤츠엔진의 내구성은 마치 지금의 쏘렌토 MQ4와 같은 인기였습니다.
누구나 뉴코란도를 사고 싶었지만 당시 쌍용차는 고가전략으로 차값이 꽤 비쌌고 중고차 시장에서도 수요가 많았기에 타 차량에 비해 역시 비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레토나는 뉴코란도의 아주 훌륭한 '대체재'였습니다. 각지고 투박한 디자인으로 인해 인기는 다소 떨어졌지만 뉴코란도 대비 저렴한 가격과 더 나은 연비는 뉴코란도를 적절히 대체하곤 했습니다.
트렌드가 바뀐 지금은 오히려 더 디자인이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땐 그랬습니다.
(2) 잔고장이 많던 차
지금의 기아는 품질이 정말 많이 좋아졌지만 그때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중에 레토나는 더욱 그러지 못했습니다.
당시의 뉴스기사가 분위기를 말해줍니다. 2003년 SUV구입자 설문조사 중 소비자불만이 제일 많던 차량이 바로 '레토나'였습니다. 슬슬 싼타페와 같은 도심형 SUV가 출시되기 시작한 시점이라 기존 프레임형 정통 SUV들에 대한 단점이 보이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당시 레토나 오너들은 정말 수시로 정비소를 드나들었습니다.
가뜩이나 품질이 좋았던 차가 아닌데 동급대비 등판각은 제일 좋아 오프로드를 뛰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 덕에 보통 '브레이크 디스크', '4륜구동 허브', '라디에이터 교환' 등의 고장으로 툭하면 기아 오토큐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래도 나름 탈만했습니다. 당시에는 경유가 800원대였으니까요.
(3) 투박하지만 멋진 디자인
최근 리스토어에 많이 활용될 만큼 이제야 다시 빛을 발하는 레토나입니다. 당시에도 디자인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뉴코란도의 디자인이 너무 잘 나왔을 뿐이었죠.
외관은 각진 디자인을 보여주며 G바겐이 문득 떠오르기도 합니다. 3도어 VAN 답게 뒷문은 없습니다. 2열은 말 그대로 짐칸이었으니까요.
후면부는 당시 3도어 VAN의 상징이 스페어타이어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저게 없었으면 3도어 VAN이 아닌 시절이었습니다.
외관은 레트로의 향수를 불러올 만큼 지금 봐도 나쁘지 않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아무리 예전차라 하지만 너무나 투박합니다. 뉴코란도의 내부 디자인과 꽤 비교됩니다.
위사진 조수석의 내비게이션 같은 건 뭘까요? 아마 안테나로 채널을 잡던 아날로그식 TV같아 보입니다. 수동기어 뒤에 조그마한 4륜기어도 보이네요. 저걸 바꿔줘야 4륜이 들어갔었습니다.
에어컨은 당연히 수동이고 당시 유행하던 사제 JVC 1단 오디오도 달려있습니다. MP3 CD를 재생할 수 있었던 그때 당시의 최신 오디오로 보입니다.
참 투박한 엔진룸입니다. 저 가운데의 은색 부분이 엔진인데 큰 덩치와는 다르게 약하기로 유명했던 엔진이었습니다. 고 RPM을 사용하거나 속도를 높이면 엔진의 헤드가 잘 깨지곤 했습니다.
이 사진에서 재미있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서두에서 설명했던 '아시아자동차'의 흔적입니다. 아래와 같이 차대번호와 제작일 등이 같이 적혀 있습니다.
마치며...
당시 뉴코란도, 갤로퍼 이노베이션과 함께 3 도어 VAN의 3 대장 중 하나였던 레토나는 그래도 좋은 차였습니다.
동급대비 연비도 좋았고 등판각도가 높아 오프로드용 펀카로 사용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당시 제일 투박했던 디자인은 레트로 열풍을 타고 현재는 리스토어의 대상이 되어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고 있습니다.
레토나의 가솔린버전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고 디젤모델은 이제 쉽게 수도권에 진입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시대와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최근 KG모빌리티가 레트로열풍과 함께 다시 전통적인 SUV의 명가로 거듭나려 노력 중입니다. 때마침 기존의 뉴코란도와 무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는 기분 좋은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차가 너무 잘 팔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기아입니다. 한 번쯤은 '실험실' 개념으로 레토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펀카' 출시도 고려해봤으면 합니다. 당시 여러 부품을 공유하던 스포티지가 현재 준중형 SUV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것처럼 말이죠.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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