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동차 이야기

디젤차 몰락의 시작 (ft.디젤게이트)

by gingduck 2023. 12. 16.
반응형

'앞으로 보기 힘들 디젤차 이야기입니다'

 

과도기의 시대입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완전히 넘어갈 것 같던 자동차 시장은 아직은 시기상조인지 오히려 하이브리드가 좀 더 먼 주행거리와 강력한 연비등으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출시되기 시작한 경형 전기차 레이 EV는 실 주행거리 200km도 안 되는 짧은 주행가능거리를 보여주지만 사전계약이 약 6천대를 돌파할 정도로 결국 지금은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긴 주행거리와 강력한 연비를 이야기하다 보니 문득 떠오르는 차가 있습니다. 바로 한때 SUV=디젤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로 도로 위 절반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던 디젤차(경유차)입니다.

 

좋은 연비와 그로 인한 긴 주행거리, 높은 토크, 저렴한 연료비 등 많은 장점을 가졌던 디젤차는 왜 더 이상 신차로 나오지 않을 만큼 우리의 선택지에서 없어진 걸까요?

 

앞으로 보기 힘들 디젤차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디젤차란?
(1)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엔진을 얹은 차량
(2) 특징 (힘과 연비)

2. 디젤차의 전성기
(1) 디젤의 장점을 본격 사용
(2) SUV는 디젤 공식성립
(3) DPF 요소수 등 기술로 커버

3. 디젤차의 몰락
(1) 디젤게이트
(2) 고가의 차값, 수리비
(3) 소음, 진동
(4) 더 힘센 친환경 차량의 등장

 


 

1. 디젤차란?

 

(1)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엔진을 얹은 차량

디젤이란 이름은 디젤엔진의 원리를 확립한 독일의 기계공학자 루돌프 디젤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경유는 뭘까요? 경유는 원유를 증류해서 얻어진 석유의 종류로서 중유에 비해 밀도가 낮아 가볍다는 의미의 '가벼울 경'을 사용해 경유라고 부릅니다.

 

경유의 특징이자 단점으로는 수분을 잘 흡수해 때때로 엔진 고장의 주원인이 되기도 하며 냄새가 역해 매연에서 악취가 나는 점이 있습니다. 또한 후술 하겠지만 휘발유보다 밀도가 높아 연비가 좋은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디젤차는 이런 경유를 주원료로 하는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자동차를 의미합니다.

 

(2) 특징 (힘과 연비)

디젤엔진은 휘발유엔진과 다르게 실린더 내에서 점화 플로그로 스파크를 일으켜 점화시키지 않고 공기만 흡입시켜 압축하여 온도를 높인 후 경유를 발화시켜 에너지를 얻습니다. 압축된 공기만으로도 착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토크와 출력이 가솔린 엔진 대비 더 높습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좋은 연비가 있습니다.

 

디젤엔진의 주원료인 경유는 휘발유 대비 리터당 밀도가 훨씬 높습니다. 밀도가 높다는 말은 쉽게 말해 단위 부피당 물질의 질량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디젤엔진은 낮은 회전수(RPM)에서도 강한 힘(토크)을 내는 특징과 높은 열효율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같은 힘을 내기 위해 더 높은 회전수를 내야 하는 가솔린 대비 연비가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탑승인원이 많아져 무게가 많아질수록 디젤엔진의 장점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됩니다.

 

큰 트럭과 선박, 기차 등에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이유도 위와 같은 특징 때문입니다.

 


 

2. 디젤차의 전성기

 

(1) 디젤의 장점을 본격 사용

높은 연비, 넘치는 힘, 저렴한 연료비 등 꽤 많은 장점을 가진 디젤차는 드디어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디젤엔진의 장점은 더욱 부각되었고 2010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합니다.  당시 '힘과 연비가 좋고 환경에도 나쁘지 않다'는 '클린디젤'장려 정책으로 승용 디젤차가 쏟아지며 2015년에는 신차 등록 중 디젤차의 비중이 50%를 넘게 됩니다.

 

디젤 승용차가 쏟아진 이유는 방음기술이 좋아져 디젤엔진 특유의 소음이 실내로 들어오는 정도가 예전대비 훨씬 덜해졌고, SUV보다 공차중량이 훨씬 가벼운 세단은 디젤엔진의 특징인 연비와 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혹시 '엑디수'라고 들어보셨나요? 바로 '엑센트 디젤 수동'을 일컫는 말입니다.

 

소형차 특유의 가벼운 무게와 디젤엔진, 게다가 연비가 좋다는 수동미션입니다. 공식연비가 무려 고속 20.9km입니다. 실제로는 연비 운전 시 이보다 더 좋다고 합니다.

 

(출처-현대자동차)

 

당시 트렁크에 VGT라고 쓰여있는 승용차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때는 당연한 거였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차값은 조금 비싸지만 연비 좋고 연료비 저렴하고 환경에도 좋다고 하니 안 살 이유가 없었습니다.

 

(2) SUV=디젤 공식성립

위와 같은 특징으로 디젤 승용차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을 때 SUV는 어땠을까요?

 

SUV 또한 압도적인 비율로 대부분 고객들은 디젤모델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냥 길거리의 SUV=디젤이라는 거의 공식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SUV는 기본적으로 공차중량이 무겁기 때문에 당연히 연비화 힘이 더 좋은 디젤엔진을 고르는 게 답이었습니다.

 

무거운 SUV에 가솔린 모델을 선택하는 건 정말 진동에 예민한 극소수만 선택하곤 했습니다. 연비를 포기하고 정숙함을 선택하곤 했었죠.단적인 예로 디젤차가 흥하던 2015년식 SUV중고차를 알아보면 90% 이상이 디젤엔진입니다.

 

그땐 그랬습니다.

 

(3) DPF, 요소수 등 기술로 커버

그렇다고 클린디젤이 마냥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웠던 건 아니었습니다. 유렵, 미국등의 배출가스 기준이 있었고 대표적으로는 EURO-1~6까지의 나름 엄격한 배출가스 기준이 있었습니다.

 

EURO5부터 본격적으로 규제가 심해지며 디젤엔진도 대책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한 방법이 바로 DPF(+EGR)입니다. DPF는 '디젤 미립자 필터'로서 매연 중 미세먼지를 포집해 태워 없애는 역할을 합니다. DPF가 장착된 디젤차량은 검은 매연이 나오지 않는 이유입니다.

 

EURO6는 2014년부터 시행됐으며 초미세먼지는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이때부터는 요소수를 엔진 실린더에 분사하는 방식이 주로 채택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요소수 정화방식이라 부르며 SCR이라고도 부릅니다. (위 사진의 파란 부분이 요소수 투입구입니다)

 

DPF, EGR, SCR 등 초정밀 기술을 사용한 각종 장치가 덕지덕지 붙은 게 약간은 찝찝했지만 덕분에 환경에도 무해하다니 사람들은 디젤차를 안 살 이유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각종 테스트에서 배출가스 규제를 통과하며 디젤차는 영원할 줄 알았습니다.

 

그 사건 이전까지 말이죠.

 


 

3. 디젤차의 몰락

 

(1) 디젤게이트

'클린 디젤'은 이론상 완벽한 논리였습니다. 차값이 약간 높은 것을 제외하고는 도무지 단점이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2015년 드디어 터질 것이 터지고 맙니다. 바로 '디젤게이트'입니다. 쉽게 말해 유럽의 주요 제조사들이 디젤차의 배출가스양을 조작한 사건입니다. 유럽의 대부분 자동차 회사들이 연루되었으며 이 사건 이후로 디젤차는 내리막을 타고 맙니다.

 

유럽에서만 유독 문제가 됐던 이유는 바로 클린디젤을 앞세워 디젤 자동차를 주력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디젤도 가솔린 못지않게 청정하다로 시작했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가솔린보다 훨씬 더 환경에 무해하다는 걷잡을 수 없는 광고를 스스럼없이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론상 인체에 유해한 질소산화물 배출이 가솔린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는데 테스트 결과에서는 오히려 이산화탄소조차 낮게 나오니 대중들은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기에 결국 2015년 배출가스 결과를 조작하는 장비가 설치된 것이 발각되어 전 세계적으로 디젤게이트의 파장이 일어나게 됩니다.

 

디젤차는 아무리 저감장치 등을 달아도 가솔린 대비 수십 배 많은 인체에 치명적인 질소산화물을 발생시킨다는 어쩌면 당연한 팩트가 드디어 설득력을 얻었던 시점입니다.

 

(2) 고가의 차값, 수리비

디젤차가 보급된 이후 한동안 사람들은 높은 연비, 낮은 경유값에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연식이 되자 디젤차 특유의 고장(연료계통, 고압펌프, 인젝터 등)이 발생하며 그동안 아꼈던 연료비를 수리비로 지출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디젤차는 기본적으로 수리비가 고가입니다. 부품도 비쌀뿐더러 연료에 민감해 연료라인 쪽에 쇳가루가 발생하면 수리비 단위는 백단위로 금세 변하곤 합니다. 디젤차가 부품이 비싼 이유는 치고 나가는 토크가 강하기 때문에 그 힘을 버틸 수 있게끔 부품들이 설계되어 부피는 커지고 더 무거워지니 원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차를 이루는 부품들이 가솔린 대비 고가이다 보니 디젤차가 가솔린 대비 더 비싼 이유입니다. 인위적으로 매연을 감소시키는 DPF 또한 큰 리스크였습니다. 한번 터지면 이것 또한 백단위였죠. 고가의 수리비를 예방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DPF클리닝을 하는 차주들도 많았습니다.

 

가솔린 대비 비싼 차값을 기름값으로 만회하려다 결국에는 수리비로 지출하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게 디젤차 같았습니다.

 

디젤차를 타시는 분들에게 드리는 한 가지 Tip이라면 디젤차는 연료에 정말 민감하기 때문에 꼭 직영주유소에서 주유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적어도 연료계통에서 말썽을 일으킬 확률이 작아집니다.

 

(3) 소음, 진동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멀미를 일으킬 만큼 심한 진동과 소음 혹은 공명음들은 점점 소비자들을 질리게 만들었습니다. 오죽하면 이 진동과 소음에 질려 저의 지인은 한참 SUV=디젤이라는 공식이 성립했던 시기에 가솔린 SUV를 사고 특이한 취향을 가진 사람 취급을 받았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엄청난 선견지명입니다)

 

디젤차가 진동이 심한 이유는 높은 압축비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압축비가 높을수록 연비가 좋기 때문에 당연히 가솔린 엔진대비 압축비가 좋습니다. 연비를 얻는 대신 진동과 소음에서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물론 최근의 디젤엔진은 기술의 발전으로 소음과 진동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디젤차는 디젤차입니다.

 

그나마 6기통 디젤엔진은 조금이나마 정숙합니다. (그래도 디젤차는 디젤차입니다)

 

(4) 더 힘 좋은 친환경 차량의 등장

소음과 진동에도 불구하고 디젤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치고 나가는 힘 '토크'가 좋다는 겁니다. 보통 휘발유와 디젤차를 계속 옮겨 다니는 기변병을 가진 분들이 갖고 있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세단의 낮은 포지션과 정숙성이 그리워 휘발유 세단을 타다가 문득 디젤차 특유의 토크가 그리워 SUV로 가더니 어느새 세단의 정숙성이 또다시 생각나는 거죠.

 

하지만 이 토크도 더 이상 디젤차만의 강점이 아닌 게 되었습니다. 바로 전기차의 등장입니다. 전기차의 치고 나가는 힘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오히려 디젤차 대비 토크가 더 높다고 할 정도니까요. 전기버스를 타보셨다면 느끼셨을 겁니다. 몸이 뒤로 젖혀질 만큼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토크를 보여줍니다. 

 

디젤차의 마지막 희망인 토크마저 이제는 전기차가 대체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디젤차 특유의 감성적인 토크와는 느낌이 다르긴 합니다)

 


 

마치며...

 

사실 우리나라에서 디젤 '승용차'는 많지 않았습니다. 디젤엔진은 승용이 아닌 트럭 등 특별한 목적에만 사용하던 엔진이었습니다. 승용차 중에서는 그나마 프레임이 있고 4륜장치가 있는 경우에만 디젤모델 판매가 제한적으로 허용됐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오히려 디젤차의 배기가스 규제를 강화하며 디젤 버스를 천연가스 버스로 바꾸는 등 환경에 발맞춘 선진적 환경정책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5년 EU의 압박 속에 환경논란에도 불구하고 디젤'승용차' 규제를 해제했고 디젤 승용차의 본격적인 운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원래 갤로퍼, 레토나, 코란도 등 프레임, 4륜 차종들만 주로 디젤엔진을 달고 판매가 됐었는데 2005년 이후 일반 승용차, 프레임이 없는 SUV들도 디젤라인업을 추가해 판매를 하기 시작했었습니다. 디젤차 천국이 된 거죠.

 

그런 디젤차는 어느덧 종말을 앞두고 있습니다.

 

최근 1년 새 디젤신차 판매량은 20% 넘게 줄었으며 볼보와 푸조 등 주요 브랜드 들도 디젤차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고 합니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신차 SUV '싼타페 MX5'에서도 라인업 중 디젤모델은 더 이상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이제 디젤차는 신차구입이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디젤차의 상징과도 같던 1톤 트럭 포터와 봉고마저도 LPG인증을 완료하고 판매를 시작하였습니다. 1톤 트럭마저 디젤 라인업이 없습니다.

 

미래는 정말 어찌 될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하다라도 디젤 승용차의 전성기였는데 말이죠. 앞으로의 10년 후에는 어떤 차가 대세일까요? 전기차의 시대가 올지, 완전히 넘어가지 못하고 하이브리드가 대세일지는 두고 봐야 알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치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