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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이야기

르노 코리아의 결단 '태풍의 눈 폐기'

by gingduck 2024.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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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늦은 감이 있는 로고변경입니다'

 

분명 '르노'라는 자동차 제조사는 판매량 및 기업규모로서 전 세계 TOP 5에 드는 엄청난 규모를 가진 회사입니다.

 

포뮬러 1 (F1)이라는 세계적인 자동차 레이싱 대회를 아시나요? 한국에서는 크게 인기가 없지만 전세계적으로 10대 스포츠 안에 들어가는 꽤 큰 규모를 가진 레이싱 대회이며 이곳에 출전하는 경주차는 최고속도 370km에 달할 정도로 고성능 차량입니다.

 

이런 F1에 참가한다는 건 '자동차 기술의 정점'에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표현해 주며 오늘 소개할 '르노'는 창업 당시부터 엔진공급자로 참여한 이후 직접 '르노 F1' 팀을 운영하기도 하였습니다.

 

국내에서 90%에 가까운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현대기아도 아직 F1에 진출한 적 없는데, 5%도 점유하고 있지 못하는 르노는 사실 오랜 F1 참가 역사를 가진 초 거대 기업인 겁니다.

 

르노는 과거 '삼성'자동차로 불리며 마치 '삼성에서 만드는 자동차'라는 인식을 주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르노는 어느 순간 브랜드명에서 '삼성'을 제외하더니 이제 드디어 로고마저 변경하기로 결단을 했습니다.

 

저 로고가 '태풍의 눈'입니다. (출처-르노코리아)

 

르노가 삼성자동차로 불리게 된 이유와 세계적인 자동차제조사임에도 국내에서 부진한 이유, 이번에 로고마저 바꾼 이야기들을 가볍게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세계적인 기업 '르노'
(1) 프랑스의 현대기아
(2) 거대한 협력 공동체

2. '한국'에서의 르노
(1) '삼성'과의 인연
(2) 수입차와 국산차사이
(3) 현대기아를 벤치마킹하자

 


 

1. 세계적인 기업 '르노'

 

(1) 프랑스의 현대기아

르노는 프랑스의 자동차 제조사입니다. 프랑스에는 르노 말고도 여러 가지 자동차 제조사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사자마크로 잘 알려진 '푸조', 시트로앵, DS 오토모빌, 부가티 등 우리나라에서 '외제차'로서 한 번씩은 다 봤던 차량들입니다.

 

이 외에도 프랑스에는 꽤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르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사입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대로 전 세계에서도 TOP 5에 들기 때문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2D화된 최근 르노의 로고 (출처-르노)

 

1899년에 설립되어 굉장히 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긴 역사답게 세계최초의 세단 설계, '기어'의 최초사용 등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었으며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은 만큼 군수산업에도 잔뼈가 굵은 업체입니다.

 

프랑스정부가 최대주주인 공기업이었으나 1996년 민영화되어 현재는 사기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점유율 10%도 안 되는 마이너 한 느낌이지만 적어도 '프랑스의 현대기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입니다.

 

(2) 거대한 협력 공동체

'르노'하면 떠오르는 게 '닛산'과 '인피니티', '미쓰비시'등입니다.

 

과거 르노삼성자동차 시절 대표적인 중형세단 'SM5'는 세대별로 플랫폼이 달랐습니다. 2세대는 '닛산'을 기반으로, 3세대는 '르노'를 기반으로 만들며 성향이 완전히 다른 차종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르노-닛산-미쓰비시 협력 공동체(얼라이언스)라서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출처-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1999년 르노는 당시 버블 붕괴의 여파 등으로 파산 직전이었던 일본의 3대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인 '닛산'의 지분 37%를 인수해 경제적 지원을 하며 의결권을 보유해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닛산도 르노의 지분을 일정 부분 보유해 표면상으로는 공동협력체였습니다. 

 

2016년에는 미쓰비시 자동차도 경영난을 맞이하자 르노-닛산이 자금을 지원하며 얼라이언스에 합류시켜 마침내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가 결성됩니다. 

 

'협력 공동체'지만 르노의 지분이 높았기 때문에 르노의 의결권에 힘이 더 있었지만 닛산의 판매량과 매출이 커지며 동등한 의결권의 필요성이 커졌고 전기차 시장으로의 변화 등을 위해 2022년 서로의 지분을 15%씩 맞추며 지배구조가 대등해졌습니다.

 

정리해 보면 위 3개의 자동차 브랜드가 '협력 공동체(얼라이언스)'라는 이름으로 서로 협력하고 있으며 이 공동체에 포함된 브랜드는 르노, 닛산, 인피니티, 미쓰비시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의 플랫폼과 부품 등을 공유하며 WIN-WIN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2. '한국'에서의 르노

 

(1) '삼성'과의 인연

위에서 알아본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가 하나의 협력 공동체라면 '르노 코리아'는 르노 그룹의 한국 법인입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삼성은 한때 자동차를 제조했었습니다. 지금의 현대자동차처럼 직접 부산에 공장도 만들고 자동차를 제조해 현대기아와 경쟁했었습니다.

 

1998년 첫 출시된 삼성이 만든 SM5는 닛산의 세피로라는 중형세단을 부품까지 거의 그대로 들여와 조립해 판매했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 브랜드의 '일본차'였습니다. 당연히 당시 국산차 대비 품질이 넘사벽이었고 삼성차=잔고장 없는 차라는 이미지가 생기며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곤 했습니다.

 

그 이후 IMF로 인해 매물로 나온 삼성자동차를 2000년 르노 그룹이 인수합니다. 당시 국내에서 '르노'라는 자동차의 인지도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미지가 좋았던 '삼성'과 '삼성자동차'를 사용하기 위해 '르노삼성자동차'라는 사명으로 출발합니다.

 

하지만 1세대 SM5의 성공 이후 2005년 2세대가 출시되면서 더 이상 '삼성자동차'시절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게 됩니다. 품질, 디자인, 안정성, 정비성 등에서 계속된 이슈가 되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점유율은 계속 떨어지게 됩니다.

 

판매량은 여전히 부진했지만 국내에 상륙한 지 어느덧 22년째를 맞이하던 2022년 '르노'라는 브랜드가 어느 정도 국내에서도 각인되자 드디어 '삼성'이라는 이름을 떼내고 '르노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하게 됩니다.

 

이 시기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사용하던 '태풍의 눈 로고'도 르노의 다이아몬드형 '로장주'로고로 변경될 걸로 예상했으나 예상을 벗어나며 로고만큼은 태풍의 눈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며 약간은 언발란스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삼성시절의 로고를 계속사용하지만 더 이상 사명에서 '삼성'은 없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2024년 르노는 드디어 태풍의 눈 로고마저 버리며 단종 직전인 'SM6'를 제외하고 모든 차량을  '로장주'로고로 변경을 하게 됩니다.

XM3(아르카나)와 QM6 (출처-르노 코리아)

 

2022년 사명변경 시 과감하게 로고도 바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이라도 변경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2) 수입차와 국산차 사이

르노와 비슷한 자동차제조사가 국내에 한 곳이 더 있습니다. 바로 '쉐보레'입니다.

 

IMF시절 매물로 나온 당시 국내 4대 자동차제조사였던 '대우 자동차'를 미국 자동차 제조사 'GM'이 인수했습니다. 인수 이후 한동안 'GM대우'로 나름 나쁘지 않았던 '대우 자동차'의 이미지를 가져가다가 이후 GM 산하 브랜드인 '쉐보레'로 변경한 것까지 르노와 비슷한 행보를 걸어왔습니다.

 

심지어 국내 점유율과 판매량도 비슷한 이 회사는 한 가지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국산차'와 '수입차'로서의 지향점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쉐보레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도 가입하며 점점 국내생산 차량보다 수입해 오는 차종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수입차'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국내에 있는 인프라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으로 '트래버스', '이쿼녹스' 등이 대표적인 '수입차'입니다.

 

반면 국내에서 생산하는 '트랙스, 트레일블레이저' 등은 여전히 '국산차'로 분류가 됩니다. 

 

쉐보레와는 다르게 르노는 여전히 국내생산 라인업을 늘리고 부산공장에 투자를 계속하며 '국산차'로서의 이미지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현재 XM3(아르카나), QM6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고 내년과 내후년 하이브리드 차량도 부산공장에서 출시될 예정입니다.

 

'수입차'냐 '국산차'냐는 소비자에게도 꽤 많은 영향을 끼치곤 합니다. 보험료도 '수입차'일 경우에는 조금 더 비싸고 부품도 국내생산이 아닌 수입되어 오기 때문에 수리비가 더 비쌉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상쇄하는 건 바로 '수입차'라는 점입니다.

 

르노 코리아도 수입차의 이미지를 갖고 싶다면 쉐보레같이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도 가입해서 수입되어 들어오는 차종들을 '수입차'로 정의 내리면 됩니다. 하지만 오히려 생산량을 늘리며 '국산차'라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옳은 선택일까요?

 

(3) 현대기아를 벤치마킹하자

대한민국의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이하 현대기아)는 더 이상 국내에 한정된 내수 위주의 기업이 아닙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 판매량 순위를 보면 도요타, 폭스바겐, 포드에 이어 현대자동차가 4위를 마크했고 기아 또한 7위를 기록했습니다. 사실상 같은 회사인 이 두 개의 회사를 합치면 그 순위는 폭스바겐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게 됩니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는 몇 위일까요? 닛산 6위, 르노 16위, 미쓰비시 29위로 이 공동체를 합쳤을 때 현대기아에 이어 3위에 오르게 됩니다. 간접적으로 현대기아의 저력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대기아의 점유율이 90%에 달하는 국내 내수시장이므로 적어도 '국내에서 만큼은' 현대기아를 적극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SM5 3세대 모델인 L43을 자체 페이스리프트까지 하며 10년 가까이 타본 경험이 있습니다. 르노 차 좋습니다. 잔고장이 쉽게 나지 않고 출력은 약하지만 그만큼 정숙합니다. 

클릭시 이동합니다. (출처-gingduck)

 

2가지의 이미지만 바꾸면 됩니다. 비싼 수리비(공임)와 부품값입니다. 자동차 구매를 고려하는 분들은 결국 이 2가지 때문에 현대기아를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수리비의 공포)

 

전국의 어느 동네 카센터를 가더라도 간단히 수리가 가능해야 하고 그 수리비는 납득가능해야 합니다.

 

진정한 '국산차'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저 부분이 필수입니다.

 


 

마치며...

 

짧게 쓰려했던 글이 또 길어졌습니다. 그만큼 10년 동안 타본 르노의 SM5(L43)은 큰 고장 없이 잘 달려주었기에 르노차 이미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 과거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이어지던 이 브랜드는 완벽히 '르노'라는 이름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프랑스산 자동차'라고는 하지만 수입차협회 가입을 하지 않고 여전히 '국산차'라고 강조를 하면서 말이죠.

 

앞서 언급한 대로 2025년과 2026년 연달아 중형급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충분히 좋은 차인 '르노'의 점유율이 조금이라도 높아져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졌으면 합니다.

 

프랑스 브랜드의 국내생산 자동차인 '르노 코리아'. 쉐보레와는 다른 어떤 길을 걸어갈지 기대가 됩니다.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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