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화 야구장에 대한 추억입니다'
작년 한화 이글스(이하 한화)의 홈경기가 있던 날 마침 대전에 일정이 있어 정말 오랜만에 대전 야구장을 방문했었습니다. 요즘은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한밭 야구장' 혹은 '대전 야구장'으로도 더 많이 불렀는데 말이죠.
보문산 일대인 그 동네는 지금도 크게 변한 것 없이 다행히도 옛날의 모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다만 야구장 옆 예전 대전시티즌의 홈구장이자 전국체육대회 행사 등을 주최하던 '한밭 종합운동장'이 없어지고 한화의 새로운 야구장인 '베이스볼 드림파크'가 열심히 터파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예정대로라면 2024 시즌을 끝으로 없어질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야구장인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 대한 추억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1) 야구장 역사
(2) 리모델링
2. 기억 속 한밭 야구장
(1) 남자들의 놀이터
(2) 최고의 먹거리는 컵라면
(3) 외야를 둘러싼 나무들
1.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1) 야구장 역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의 기존 명칭은 '대전 한밭 야구장'이었습니다. 2015년 이후 해외 야구장처럼 한화생명이 네이밍을 구매해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로 불리기 시작합니다.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프로야구장입니다. 마지막까지 '최고(제일 오래된)'의 야구장을 다투던 광주 무등 야구장과 대구 시민 야구장이 모두 새 구장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1964년에 지어진 구장으로서 1982년부터 프로야구단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 이글스의 창단 연도가 1985년인데 어떻게 1982년부터 사용되었을까요? 올드팬들은 아실 겁니다. 현 두산베어스의 전신인 OB베어스가 창단 원년부터 3년 동안 연고지가 대전(충청)이었다는 사실을요.
1986년부터 본격적으로 빙그레 이글스가 1군에 참가하면서 지금까지 쭉 사용되고 있습니다.
(2) 리모델링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과거 '탁구장'으로 불릴 만큼 작은 야구장이었습니다. 좌우 펜스길이가 98m였고 중앙 펜스도 고작 115m였습니다. 자연스레 각종 홈런기록들이 많이 나오고 타자들은 대전만 오면 스윙이 커지곤 했습니다. (참고로 한화의 2 구장이었던 청주구장은 이보다 더 적었습니다)
투수들의 무덤이었던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2012년 김응용 감독의 요청에 따라 펜스를 높이고 거리를 늘리면서(좌우 100m, 중앙 121m) 탁구장이라는 별명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당시 잠실야구장에 이어 2번째로 펜스가 긴 야구장으로 탈바꿈하며 홈런 치기 쉽지 않은 구장이 되었습니다.
이때 펜스를 조정하는 동시에 전반적인 구장 리모델링도 단행합니다. 익사이팅존, 스카이박스, 외야 전광판, 내야 3층 관중석 증축, 관중석 그물망 색상 교체 등 눈에 띄는 시설개선이 있었습니다.
2013년에도 부분적인 리모델링이 있었는데 제일 큰 변화는 기존 인조잔디를 메이저리그급 천연잔디로 교체한 점입니다. 그라운드에 사용하는 흙도 메이저리그에서 직접 공급해 퀄리티가 아주 좋았습니다.
2014년에는 마지막 리모델링이 있었습니다. 불펜을 외야로 이전했고 메이저리그식 포수 뒤쪽 좌석이 신설되었습니다. 이후에도 구장명 변경, 띠 전광판 설치 등 지속적인 리뉴얼은 진행되었습니다.
위와 같은 리모델링은 무슨 예산이었을까요? 바로 이번에 한화로 복귀한 류현진의 당시 MLB 포스팅으로 인한 수익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입니다.
2. 기억 속 한밭 야구장
(1) 남자들의 놀이터
지금은 남녀노소 전 연령층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프로야구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선 여성팬은 거의 없었습니다. 가족단위로 오는 여성팬들은 간간히 있었지만 대부분의 관객은 이미 고교야구 때부터 야구팬이던 '아재팬'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지금과 같이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거의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야구장은 남자들의 놀이터였습니다. (한때 여성 관중은 무료입장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소주반입이 절대 안 되지만 그때는 가능했습니다. 약 7회 정도가 되면 여기저기서 살벌한 고성들이 오가고 심판이 어설픈 판정이나 응원하는 팀이 말도 안 되는 경기력을 보여주면 아재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스파이더맨으로 빙의하여 그물을 타기도 했습니다. 복장은 항상 하얀색 러닝셔츠였습니다.
화장실도 참 살벌했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화장실의 존재를 강하게 풍기며 남자화장실의 소변기도 군대에서나 볼법한 단체 소변기였습니다. 화장실과 야구장에서의 흡연도 기본이었죠.
(2) 최고의 먹거리는 컵라면
지금은 야구장에 다양한 먹거리와 배달음식 등도 넘쳐납니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먹거리 때문에 야구장을 가기도 할 정도입니다.
예전 한밭 야구장에는 딱히 먹을거리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냥 한쪽에 위치한 이름 모를 매점뿐이었습니다. 야구를 보면서 출출해질 때쯤 매점에 가서 컵라면에 물 받아 후후 불며 야구를 보던 추억이 있었습니다.
그물 타시는 아재를 구경하며 컵라면을 먹는 맛은 나쁘지 않았던 기억입니다.
(3) 외야를 둘러싼 나무들
지금은 야구장 외야에서 안타를 칠 때마다 불꽃쇼를 할 정도로 주변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는 모습이지만 예전에는 야구장 외야를 울창한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90년대 초중반까지는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아마 그 나무는 '플라타너스' 나무였을 겁니다.
저 멀리 보이는 보문산과 플라타너스 나무의 조합은 생각보다 좋은 뷰를 제공했었고 낮 경기 때는 나무의 그늘 덕분에 시원하게 관람이 가능했었습니다.
지금의 노시환과 같은 당시의 홈런타자 장종훈의 홈런볼이 가끔 장외로 넘어가 나무들을 통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치며...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경험은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컵라면을 사준다는 형들의 말을 듣고 갔었던 첫 야구장 직관 이후 팬이 되고 지금도 여전히 한화경기를 챙겨보는 걸 보면 말이죠.
추억이 묻어있는 무언가가 없어진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작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방문해 보며 잠시나마 옛 한밭야구장 시절의 추억에 잠기며 이 야구장도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거에 적지 않은 아쉬움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마지막 시즌인 2024년에는 부지런히 직관을 하며 소중한 추억을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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