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아픈 손가락 아슬란입니다'
중고차 시장은 신차 시장과는 분명히 다른 재미있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신차시절 비슷한 스펙과 출시가격을 가지고 있던 차들이 몇 년 후 중고차 시장에 나왔을 때 완전 다른 가격대를 형성하는 것만 봐도 참 신기한 곳입니다.
신차시절 무려 국민차인 '그랜저'보다 더 급이 높았던 차가 있었습니다. 바로 전륜구동 준대형 세단 '아슬란'입니다. 정확히는 그랜저보다는 윗급이고 제네시스보다는 아래급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굳이 왜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라인업을 만들었고 이 차는 어쩌다 아픈 손가락이 되었을까요?
오늘의 주제인 '아슬란'에 대해 재미있고 가볍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결코 나쁘지 않은 차 '아슬란'
(1) 젊어진 그랜저
(2) 왜 안팔렸을까?
2. 중고차시장에서의 뒤늦은 열풍
(1) 살벌한 감가율
(2) 저렴한 가격으로 V6의 정숙함을
1. 결코 나쁘지 않은 차 '아슬란'
(1) 젊어진 그랜저
때는 그랜저 HG가 한참 위용을 떨치던 2014년쯤입니다. 그랜저 HG는 2011년 출시되어 2017년 단종되었습니다.
그랜저 HG는 전작인 TG를 넘어 출시되는 해에 10만 여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차체도 커지고 최초로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되는 등 '역시 그랜저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센세이션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장점이자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너무 젊어진 외관으로 인해 '아빠차'의 이미지가 옅어진 점입니다. 일명 '오빠차'가 되어버리자 쏘나타를 구입하려다 그랜저를 구입하는 젊은 층이 많아지게 됩니다.
게다가 그랜저 초기형은 '가로형'그릴 때문에 쏘나타와 더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며 쏘나타의 구매층을 흡수해 버립니다.
너무 '영'한 그랜저와 그렇다고 부담되는 차값과 후륜구동으로 인해 좁은 실내공간으로 고민되던 제네시스 사이에 뭔가가 필요하긴 했었습니다.
(2) 왜 안 팔렸을까?
그랜저와 같은 전륜구동에 조금 더 중후한 디자인을 '아슬란'이 2014년 출시됩니다. 그랜저가 출시된 지 3년 만에 그랜저를 기반으로 한 차량이 출시된 겁니다.
그랜저를 기반으로 해서 차체크기도 거의 동일했으며 엔진도 3.0L V형 6기통, 3.3L V형 6기통의 두 가지 라인업으로 그랜저와 같았습니다.
가격은 얼마였을까요? 2014년 당시 그랜저는 가솔린 기준 (옵션제외) 약 3천만 원부터 4천만 원이었습니다. 아슬란은 그랜저 상위모델답게 3천8백만 원부터 4천5백만 원이었습니다.
아슬란의 판매량이 저조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그랜저와 거의 같은 차지만 가격은 훨씬 비쌌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랜저의 역대급 디자인도 한몫했었습니다.
2. 중고차시장에서의 뒤늦은 열풍
(1) 살벌한 감가율
중고차 시장에서 역주행을 하기 위한 필수조건 중 하나는 '비인기차종으로 인한 살벌한 감가율'입니다.
중고차 시장은 굉장히 냉정한 곳이기도 합니다. 인기 차종은 때로는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판매를 하지만 비 인기 차종은 같은 급과 스펙을 가진 인기차종대비 저렴하게 판매를 합니다.
아슬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비록 신차가격은 그랜저보다 높았지만 중고차 시장에서의 가격은 그랜저보다 훨씬 저렴했었습니다. 이 이유 또한 간단합니다. 그랜저를 찾는 사람은 많았지만 아슬란을 찾는 사람은 극소수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살벌한 감가율로 인해 아슬란은 중고차 시장에서 쏘나타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팩트가 하나 있었습니다. 아슬란은 '그랜저와 거의 같은 차'였던 겁니다.
(2) 저렴한 가격으로 V6의 정숙함을
'베라크루즈'라는 차를 아시나요? 출시당시 높은 가격과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한 비운의 차종중 하나였습니다.
2015년에 단종되었고 그로부터 약 6년 후 차박열풍으로 인해 중고차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당시 사람들은 넓은 실내공간으로 베라크루즈를 선택하곤 했지만 차를 어느 정도 아시는 분들은 바로 V6 3.0L 디젤 엔진 때문에 선택하는 경우도 꽤 많았습니다.
베라크루즈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를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아슬란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분명 가격은 쏘나타 정도인데 엔진은 그랜저의 V6 3.0L 람다엔진(가솔린)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가솔린이든 디젤 혹은 LPG 불문 6기통 차량을 몰아본 사람은 6기통의 정숙함으로 인해 같은 값이면 6 기통을 선호하곤 합니다.
게다가 어쨌든 그랜저보다 급이 높았던 차였으니 승차감 등도 말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슬란은 중고차 시장에서 입소문을 타며 수요가 늘어났고 뒤늦게나마 빛을 발하게 됩니다.
물론 지금은 중고차 시장의 특징답게 수요가 많아지자 가격이 상승해 인기는 다시 시들해지고 있긴 합니다.
마치며...
아슬란 중고차를 찾는 사람이 많아져 가격이 오르니 가성비가 떨어졌고 이는 다시 찾는 사람이 적어지며 가성비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으로 아슬란을 타볼 수 있는 적기로 보입니다.
제2의 아슬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는 뭐가 있을까요? 당장 떠오르는 차들은 K9 등 여러 차들이 머리를 스칩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기아의 '스팅어'가 언젠가 중고차 시장에서 다시 인기를 얻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LF쏘나타급으로 떨어진 중고차 가격, 가격대비 엄청난 스펙, 다시 재평가될 디자인 등 '역주행'의 요소를 골고루 갖추었습니다. 역주행 전 기회가 된다면 저렴한 가격으로 한번 타봐야겠습니다.
어쨌든 아픈 손가락인 아슬란의 존재로 인해 '제네시스'의 브랜드가 더욱 확고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그랜저의 윗급을 원하는 사람들은 고민 없이 G80으로 잘 넘어갈 정도로 현대가 고민하던 그 사이를 커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 가볍게 알아본 아슬란이야기입니다.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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